슬픔의 노래
'무대는 아비규환입니다. 살이 찢기고 피가 튀는 소리, 두개골이 깨어지고 뼈가 바수어지는 소리. 그 비명과 울부짖음. 대지는 입을 벌려 피를 받고, 빛은 잔혹의 중심에서 춤을 춥니다.'
그의 눈썹이 치켜지면서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빛의 춤 속에서 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나오고 있습니다. 그의 두 손은 피에 젖어 있습니다. 무대는 일순간 정적에 잠기고,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습니다. 그는 낭자한 피내음에 흠칫 놀랍니다. 대검에 가슴 깊숙이 찔려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멍하니 보다가 짚풀처럼 쓰러진 청년의 얼굴이 오버랩됩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켰다.
'나는 이 백성이 한 일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그 날이 와서 대낮에 해가 꺼지고 백주에 땅이 컴컴해지거든 모두 내가 한 일인지 알아라. 순례절에도 통곡소리 터지고, 모든 노래가 울음으로 바뀌리라.'
박운형의 목소리가 갑자기 바뀌어 있었다. 비통하고 격정적인 목소리에서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변신했는데, 앞 목소리와 너무나 달라 무대 위에 다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였다.
'나는 너희를 굶주리게 하였다. 그래도 너희는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너희의 이삭을 쭉정이로 만들거나 깜부기로 만들었다. 너희의 동산과 포도원을 쑥밭으로 만들고 무화과와 감람나무는 메뚜기가 먹어치우게 하였다. 그래도 너희는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이집트에서 한 것처럼 너희에게 무서운 전염병을 보내고, 너희 청년들을 칼로 죽였으며, 너희 말들이 약탈당하게 하고, 너희 진지는 썩어가는 시체의 악취로 코를 찌르게 하였다. 그래도 너희는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소돔과 고모라를 무너뜨린 것처럼 너희 일부 성들을 무너뜨려 너희를 불 속에서 끄집어낸 나무토막처럼 되게 했다. 그래도, 너희는,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목소리로는 인간을 질타하는 신의 역할을, 몸으로는 그 질타에 몸을 떨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 친구 지금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
김성균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민영수는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었다. 좀더 지켜보자는 의사표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