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하얀 배

하얀 배

저자
윤후명
출판사
eBook21.com 제공
출판일
0000-00-00
등록일
2002-10-17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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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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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상의 비루한 그림자와 초라한 자신으로부터의 도망과도 같은 여행길, 낯 선 이역의 땅 중앙아시아. 그곳에서 우리와 같은 피부색을 가지고,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만난다.


머나먼 타지에서 고국과 고국의 말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의 고향을 찾는 그 소박한 희망조차 그들에게는 평생을 걸어야하는 꿈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근원적 향수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초월에의 의지. 엇갈리는 듯한 이 두 가지 욕망은 모두 가까이하기 어렵기에 더 절실하고 아픈,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천산에서 흘러내린 얼음물이 내를 이루어 사막의 호수를 향해 흘러가는 곳에 이르러 소년은 멀리 동쪽을 향하고 섰습니다. 그 길로 더 나아가면 지난해 할아버지가 동쪽으로 고향이 될 수 있는 대로 가까운 곳에 묻어 달라고 해서 새로이 묘지를 쓴 곳이 나옵니다. 그리고 얼마전과 다름없이 그 곳에도 야생 양귀비 꽃밭이 페르시아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삭사울나무 대신 커다란 전나무들이 우거진 숲 속에는 까마귀들이 언제나처럼 두릿두릿 걷고 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들고양이들도 휙휙 지나다닙니다.


소년은 멀리 중앙 아시아의 들판을 바라보며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그러다가 그 동쪽 들판을 향해 외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말은 우리 민족 말입니다!'
나는 음료수와 함께 나온 깡통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그 먼 호수를 머리 속에 그렸다. 미하일의 말에 의하면 키르기즈 말로 이식쿨의 이식은 뜨겁다는 뜻이며, 쿨은 호수라고 했다. 또, 이식쿨의 물은 위는 민물, 아래는 짠물이며, 이에 비교되어 발하슈 호수는 한쪽이 민물, 다른 쪽이 짠 <하얀 배>를 타고 떠나는 꿈은 그 숙명을 초극하고자 하는 환상에 다름 아닌 것. 그러나 때때로 절실한 희망 속에서 환상은 현실이 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이국땅에서 듣는 소박한 모국어 한마디. 그 안에 응축된 그리움을 듣는 순간, 내 가슴의 호수에는 하얀 배가 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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