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냄새
'인간의 살을 뜯어먹으면서 산다는 게 무슨 뜻인가?
'자본주의 사회란 냉혹한 경쟁사회지. 얼핏 생각하면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고 사는 세상 같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뜯어먹는 모습이 보이네. 서로의 살을 뜯어먹으면서 숨가쁘게 살고 있네. 더 많이 뜯어먹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살이 안 뜯기도록 끊임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정신의 안테나를 팽팽히 세우지.'
'나는 한번도 남의 살을 뜯어먹지 않았네.'
'그건 오만이고 맹목이네. 자네가 살아왔던 모습을 조금만 냉정한 눈으로 본다면 틀린 말이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걸세. 만약 자네가 남의 살을 뜯어먹지 않았다면 지금 자네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와, 그 풍요를 보장하는 사회적 위치에 앉아 있지도 못했을 것일세.'
'너무 지나친 말이 아닌가.'
'지나친 말이지. 하지만 나의 눈에는 이기심이라는 천박한 욕망을 최대의 미덕으로 인정하는 자본주의라는 사회가 그렇게 보이네. 지금 도처에 강물이 썩고, 바다가 오염되고, 하늘이 시커멓게 변해가는 이유가 뭔가? 인간의 욕망이지. 그 동안 우리들은 눈앞의 풍요를 위해 산과 강을 마구 파괴시켰네. 자연이란 인간의 어머니이네. 자연 속에서 태어나, 자연이 만들어내는 공기 속에서 숨을 쉬고, 어머니의 맑은 피와 같은 물을 마시며, 달디단 과실과 곡식으로 배를 채우지. 인간이란 한없이 넓은 어머니의 품에 안긴 조그만 어린아이에 불과할 뿐이네. 그런데 그 어머니를 인간이 어떻게 해왔나. 흡혈귀처럼 피를 빨고, 살을 파먹고, 순결한 몸 속으로 온갖 더러운 병균을 주입시켜 왔네. 어머니를 강간하는 더러운 자식의 모습이지. 어머니가 죽으면 자신도 죽는다는 것을 까마득히 모른 채 말이야. 인간의 욕망이란 이렇게 천박하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천박함을 사회의 미덕으로 삼고 있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네.'
'자네의 말을 들으면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이 천박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