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은 비뚤어졌어도 장구는 바로 치자
김용택 시인의 시를 읽으면 늘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동시에 가슴속이 시원해진다. 왜냐하면 난해한 암호 해독이나 부담감 생기는 과학적 사고를 하지 않아도 시구가 쏙쏙 들어와 머리 위에 그림이 그려지곤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섬진강의 당당한 흐름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숨을 듯 피어 있는 작은 풀꽃이 사랑스럽게 미소 띠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 것이 김용택 시인의 시이다.
농촌의 친근감 넘치는 묘사가 단지 현상 파악에 그치지 않고 매서운 비판의 눈을 동반하는 것이 김용택 시의 진정한 소중함이다. 구수한 된장찌개에 빠질 수 없는 풋고추 맛처럼 김용택의 풍자는 톡 쏘는 듯이 맵고 당차다. 이렇듯 거창한 목소리가 아니어도 민족문화의 소중한 재산이 되는 건강한 농민의 서정이 바로 김용택 시인의 몫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