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책소개
조선일보 : '쉰 고개'를 넘어가며 김용택(52) 시인은 '참으로 인생은 바람 같은 것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쉰이라니? 그가 지천명이라니! 동안과 착한 키에, 자신이 가르치는 '마암 분교'의 아이들 속에 서면 그들의 친한 친구가 되는 '섬진강 시인'이 어느새 쉰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불쑥 '인생'(이레)이란 화두를 던지며. - 정일근(시인)
한겨레신문 : 시인 김용택(53)씨의 <인생>(이레)은 그의 고향인 전북 임실군 진메마을의 자연과 풍습,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지극한 애정의 토로이다. 그 애정은 주관적이다 못해 때로는 편견에 가깝기조차 하다. 그가 근무하는 학교 뒤의 자그마한 솔숲에 대한 자랑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는 '사람들은 이 솔숲의 어여쁨을 잘 알려고 하지도 않고 또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 보아야 이 솔숲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적을 때, 그는 자신의 애정이 편견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 최재봉 기자
나는 평생 동안 강을 보며 살았다. 강물을 따라왔던 것들은 눈부셨고, 강물을 따라 가버린 것들도 눈부셨다. 아침 강물은 얼마나 반짝이고 저문 물은 얼마나 바빴던고.
그러면서 세월은 깊어지고 내 인생의 머리 위에도 어느덧 서리가 내렸다. 들여다보면 강물은 얼마나 깊고 인생은 또 얼마나 깊은가. 손 내밀어 삶은 그 얼마나 아득한가. 아, 길, 내 인생의 길에 푸른 산을 그리던 빗줄기들, 빈 산을 그리던 성긴 눈송이들, 참으로 인생은 바람 같은 것이었다.
어느 날 강을 건너다 뒤돌아보았더니 내 나이 서른이었고, 앉았다 일어나 산 보니 마흔이었고, 감았던 눈을 떴더니 나는 쉰 고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 김용택
저자소개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1982년 창작과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 외 8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김수영 문학상, 김소월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85년 첫 시집「섬진강」을 시작으로,「맑은 날」「누이야 날이 저문다」「꽃산 가는 길」「그리운 꽃편지」「그대 거침없는 사람」「강 같은 세월」「그 여자네 집」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또한 산문집으로「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작은 마을」「섬진강 이야기 1, 2」등이 있으며, 동시집「콩, 너는 죽었다」가 있다.
목차
작가의 말
1. 그 길에서 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바람이고. 산이고. 물이고 싶었네
봄이 오는 그 솔숲에서 쓴 시 한 편
길에서
그려. 인생은 바람 같은 것이여
가을이다
저문 들길에 서서
그분을 생각하며 나의 삶을 들여다본다
시가 된 편지들
봄이 오는 강가에서
그 여자-시인의 첫사랑
저 풀꽃 앞과 뒤에 서 있는 당신
내 인생의 작은 집
아. 그리운 달빛으로 걷고 싶다
형
2. 거기 청춘이 서 있었다
꽃이 피는 그 산 아래 나는 서 있네
어디를 바라볼까
아으. 저 단풍
느티나무가 있는 가을 풍경
산골짜기에서 만난 가을 논다랑이들
꽃그늘에 홀로 앉아 저무는 사람 장석남
눈 오는 날 버스를 타고
그 많던 참새는 다 어디로 갔을까
아내의 고향마을. 아내의 어린 날들
지충개야 지충개야 나주사탕 지충개야
정든 임 반찬
3. 인생은 강물보다 짧다
눈부신 이슬방울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어요
난로 위에는 물이 끓고 창밖에는 눈이 옵니다
시인과 선생님
길택에게
나도 집에 갈랍니다
감자꽃
내 인생의 어린 선생님들
4. 징검다리를 건너며 살다
고운 산들이 거기 있었고 강도 거기 있었네
그리운 용조 형
소똥
우리 고모님의 잠
장이동 할머니
꺽지야. 꺽지야 눈이 예쁜 꺽지야
그 푸르른 뽕나무들
이 옷으로 고등핵교 3년을 마쳐야 혀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같이 놀고
세상의 소리. 아름다운 물소리
징검다리를 건너며 살다
보리 갈 무렵
저런 멍청이 같은 놈
봄눈
내 친구 용택이 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