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 피는 마을
작은 교회를 세워 예배를 보고 시골 사람들과 함께 흙냄새를 맡으며 살아가는 시인이자 목사가 쓴 수필집. 손수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줬던 개인잡지 <참꽃 피는 마을>을 책으로 묶었다.
서른 세개의 짧은 수필들은 전남 강진 시골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얘기와 시골 풍경을 따뜻한 필치로 담고 있다.
글을 읽을 줄 몰라 찬송가와 성경책을 늘 바꾸어 펴는 나이든 교인들을 위해 애국가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예배를 보았던 일화, 다운증후군 장애인이었던 형과 은퇴한 '할아버지 목사'인 아버지에 대한 회상, 교인도 아닌 동네 할머니의 댁에 심방을 가 놀아드리는 목사의 하루 일과 등이 동화처럼 적혀있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멀리 남쪽 마을에서 사랑하며 사랑받으며 가난한 이들과 이웃하여 살아가는 젊은 목사다.
어떤 날은 '직녀에게'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철새가 날아가는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곧 댐이 들어선다는 강에 나가 하루종일 강물만 보고 앉아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동네 사람들과 늦은 밤까지 술 한잔을 나누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집이 떠나가라 음악을 틀어 놓고 눈을 감고 툇마루에 드러누워 있기도 했다.
개인 잡지인 참꽃 피는 마을을 펴내 발송하고 돈이 다 떨어져 본의 아닌 칩거에 들어간 그를 한동안 볼 수 없기도 했다.
그런 때는 그가 더욱 그리웠다. 그 사람이 이번에 책을 낸다고 한다. - 류시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