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꿔준 괴테의 말 한마디
괴테의 생애와 사랑
괴테의 작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일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가 25세 때인 1774년, 불과 4주 만에 완성한 작품으로 그의 질풍노도 시대의 대표작이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은 그가 작가로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에 반해 《파우스트》는 슈트라스부르크에서 대학시절을 보내던 괴테가 1772년 초고를 집필하기 시작하여 1832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야 비로소 완성한 대작이다. 이 작품의 집필 기간은 괴테의 전 생애인 83년 중 60년에 걸쳐 있다.
《파우스트》는 그의 인생의 체험과 고뇌, 그의 문학적 상징이 녹아 있고 인생에 대한 관찰과 지혜가 집약되어 있는 독보적인 작품이다. 서로 문학적 경향이 상이함과 동시에 괴테의 전 생애와 문학적 행보의 처음과 끝을 아우르고 있는 두 작품이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괴테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왠지 남다른 느낌을 준다.
괴테의 생애와 문학의 관계를 보자면 그의 문학작품은 인생의 여정에서 그가 맞닥뜨린 다양한 경험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직관적이며 현실주의적인 사람으로 자신의 삶의 체험을 문학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체험의 상처와 위기를 극복하고 경험적 환멸과 환희를 작품 속에 짜 넣었다. 특히 여성과의 에로스적인 관계는 이 시인의 삶과 문학에 있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자 위대한 힘이었다.
괴테에게 사랑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사랑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 상태이며, 나와 타인과의 완전한 결합에 대한 갈망이다. 그런데 이러한 갈망의 이면에는 분리된 상태, 부재의 고통이 도사리고 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더욱 소망하게 되는 법.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랑의 감정을 갈구하는지도 모른다. 여성은 남성을 소망하고 남성은 여성을 희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괴테는 15세 소녀와의 풋풋한 첫사랑부터 74세의 노인이 되어서 만난 18세 소녀와의 만남까지 사랑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대상을 바꾸긴 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에 충실하고 욕망을 그의 인생의 원천이 되는 힘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이기적 또는 자아도취적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타인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자신에 대한 삶의 태도를 발견할 수 있으며 진정 이기적인 사람은 타인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아도취를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사랑하려는 사람은 종국에 가서는 나르시스처럼 자신을 파괴하게 된다. 반면 타인에 대한 사랑을 통해 자신의 주체성을 얻으려는 사람은 자신을 고양하게 되는 것이다.
괴테에게 있어서 전 생애에 걸친 사랑의 여정은 그 고통과 환멸, 무상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이르는 필연적 길이었다. 대상의 부재에서 나른한 그리움이 싹트고 사랑의 수많은 증상은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에 이르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사랑의 상처가 깊고 아플수록 사랑의 열망은 뜨겁고 존재감은 강해진다. 그러니 사랑의 유혹이 거세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괴테의 사랑도 그러했으리라. 그에게 사랑은 그의 전 생애와 문학적 창작활동의 근간이 되는 거부할 수 없는 영혼의 유혹이었으며 위대한 원동력이었으리라. 시간이 남기고 간 사랑의 폐허 속에서도 시인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의지는 지칠 줄을 모른다. 육체는 늙어가고 머리는 세어도 영혼은 나이를 먹지 않는 법이다. 한 마리 나비처럼 시인의 코끝으로 날아든 영혼은 그의 삶에 대한 욕망이자 에로스와 하나가 되어 여기 늙지 않는 아름다운 잠언들을 남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