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도 너무 길다
한 줄도 너무 길다는 일본의 한 줄짜리 시, 하이쿠 모음집이다.
하이쿠가 문학의 한 장르로 완성된 것은 300여 년 전이다. 그동안 하이쿠는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세계 곳곳에 퍼진 하이쿠는 옥타비오 파스나 게리 스나이더, 알렌 긴스버그, 체슬라브 밀로시 등 수많은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을 심어주고, 그 한 줄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몇 시간씩이나 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게 만들고, 독자들에게 직접 써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이 독특한 형식의 시를 소개하려는 노력은 없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출간된 하이쿠 관련서들은 하이쿠의 가장 대표적인 시인인 바쇼의 기행문이나 바쇼를 중심으로 한 소개서가 아니면 다분히 학습적인 의도가 짙은 대역본들에 불과했다. 시 자체의 감상을 위한 책은 이번에 출간된 이레의 [한 줄도 너무 길다]가 최초의 것이라 할 수 있다.이 책 [한 줄도 너무 길다]에서 번역자 류시화는 원래 한 줄인 하이쿠를, 그 시적 운율을 살리기 위해 석 줄로 번역했다.
그는 이 하이쿠 시들을 번역하기 위해 실로 여러 해를 보냈다. 일본 고서점을 뒤지고, 절판이 된 영어 번역본들을 구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수천 편의 시를 모으고 그것들을 고르고 또 골라 이 시집을 엮었다. 아침이면 작업실에서 몇 편의 하이쿠를 다시 꺼내 읽었고, 인도 여행중에도 하이쿠를 옮겨 적었다. 히말라야에서 또 갠지스 강에서 입으로 중얼거리며 수정을 거듭하곤 했다. [한 줄도 너무 길다]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이쿠의 참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하이쿠란?
하이쿠는 5-7-5, 열일곱 자로 된 한 줄짜리 정형시이다 5-7-5-7-7로 된 일본의 전통시, 중세의 전란기에 지방을 떠돌던 문인들에 의해 5-7-5와 7-7로 나누어져 번갈아 읊는 렌가의 형태로 발전한다. 렌가는 당시 난세를 살아가는 문인들의 고차원적인 언어유회였다. 상인들의 재력이 성장하는 근세 서민사회로 들어서면서 이 렌가는 단지 유흥의 도구, 말장난 문학으로 변질된다.
하지만 이때 시가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발구(發句) 즉 5-7-5가 차츰 단독으로 읊어지게 되었으며 그 자체로서 완결성이 요구됐다. 이러한 시 형식이 정착되고 거기에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으로 추앙받는 바쇼의 노력으로 오늘날의 하이쿠 형식이 만들어졌다. 바쇼는 한시와 고전에 탐독하고 방랑으로 일생을 보낸 사람이었다. 실질적으로 그가 말장난에 불과하던 하이쿠에 자연을 노래하고 인생의 의미를 더해 문학의 한 장르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