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마돈나의 딜레마
마돈나는 아주 복잡한 성격의 현대 여성을 대변한다. 마돈나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그녀가 다중적이고 파격적인 이미지 하나로 세계를 정복한 여성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마돈나... 그녀는 근육질의 남성에게 복종하는 노예를 연출하기도 하고, 번쩍이는 검은 옷을 입은 채 미남들을 차례차례 굴복시키는 창녀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한 여성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이처럼 극단적으로 다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을까?
그렇다... 뮤직 비디오 속의 마돈나는 이 책이 화두로 삼고 있는,‘강한 여성의 낭만적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우리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처럼 남자를 찾아 헤매면서도 폭군이 되어야 할지 노예가 되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강한 여성의 낭만적 딜레마’를 겪고 있지만, 그 딜레마를 도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자기 분석서이다. 나아가 진보적인 사고방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부장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대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연인으로서 마찬가지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우리 시대 남성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로 명명하고자 한다.
완전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
먼저 정의를 내려보자. 이 책의 화두인 '강한 여자’는 어떤 사람인가? 남자보다 더‘남자다운’억세고 거친 여자? 물론 아니다. 강한 여자는 자신의 여성성을 사랑하고 남자를 사랑하며, 친구를 좋아하는 여성이다. 자율적이고 개성을 마음껏 발현하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기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힐 줄 아는 여성, 백마 탄 남자가 나타나 구원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기 생계를 해결할 정도의 돈을 버는 여성. 한마디로 말해 인생을 주체적으로 운영하며 사는 매력적인 여성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의식 강한 여성이 일단 사랑에 빠지게 되면 생각지도 못했던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왜 항상 내 것으로 하기 힘든 냉정한 사람, 한 번도 전화를 걸어주지 않고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바람 같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걸까? 필요할 때마다 항상 곁에 있어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냉정한‘늑대’때문에 흘린 눈물을 닦아주는 상냥하고 착한 남자는 왜 그리도 지루한 걸까? 게다가 그토록 좋아하던 취미생활이나 친구들은 안중에 없고 오직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에만‘비굴하게’신경을 곤두세우게 된 그녀... 가슴 속에는 남자의 어깨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이와 동시에 강한 자의식은 어머니처럼 살고 싶은 거냐고 다그친다.“어서 도망가. 되도록 빨리 이 말도 안 되는 딜레마에서 벗어나라구...”
사실 강한 여성에게는 진정으로 위대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한 여성은 정열적이므로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불구덩이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갈 수 있으며, 온 세상이 손가락질해도 자신의 사랑을 지켜낼 용기가 있다. 그러나 이토록 진실한 마음과는 달리 사랑 앞에서는 번번이 허둥대고 실패만 되풀이한다. 여태까지 그 위대한 사랑의 능력을 한 번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 채 깊은 상처만 받았을 뿐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상황은 아주 복잡하다. 간단한 문제였다면 지적이고 적극적인 강한 여성들이 지금껏 이 문제 때문에 씨름하고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래도록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그러하듯,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에도 과연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
사랑이 늘 힘겨운 우리 시대 여성들을 위한 자기 분석서
이 책의 저자 마야 스토르히는 이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도구로 심리학, 그중에서도 전공 분야인 융의 분석 심리학을 택하였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 정신, 특히 여성 정신의 구조에 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오늘을 살고 있는 강한 여성의 내면 심리를 설명하는 데는 융의 이론이 아주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오랫동안 심리 상담가로 일하며 얻은 저자의 생생한 임상 경험은 똑똑하고 주체적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극도의 혼란을 겪고 번번이 무너지고 마는 여성들의 복잡한 심리를 명쾌하게 분석해주고, 어떻게 하면 이 낭만적 딜레마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주고 있다.
융 심리학의 기본 이론과 <손이 없는 소녀>라는 그림형제의 동화를 텍스트로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를 치밀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분석하는 데 성공한 이 책은, 서로의 변화된 남성상과 여성상이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사랑을 가능케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나아가 오늘을 사는 여성뿐 아니라 그들의 연인으로서 마찬가지 혼란을 겪고 있는 남성들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가부장제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던 과거의 아버지들과 달리 남성성의 틀을 정하지 못한 우리 시대의 남성들 역시 강한 여성들 못지않게 혼란과 방향 상실에 시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그들 역시 완전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외로운 인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