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식물성을 화두로 삼아 한국 현대미술 읽기를 시도한 책. 우리가 식물이라고 부르는 '풀, 꽃, 씨앗, 나무, 사군자'와 더불어 '숲, 산, 땅, 새, 하늘, 바다, 돌, 정물, 풍경'처럼 식물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열네 개의 항목을 우리 미술의 진경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식물성' 에서 미술의 위기와 돌파구를 찾는 한편, 무분별한 욕망, 차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 끝없는 탐욕 등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정화시켜줄 수 있는 힘을 발견하고 주목한다. 그리고 이것은 서구중심적, 서구지향적 가치관에서 동양적인 가치관으로 시선을 돌려 동아시아인들의 세계관과 우주관 안에서 미술의 새로운 의미를 추출해가려는 저자의 의지와도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이 책에는 100명의 한국 현대작가와 104점의 예술작품들이 망라되어 있다. 대중 추수적인 작품보다는 관습적인 시선을 단호하게 밀어내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묵묵히 세계와 몸을 섞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작품들로 채워진 것. 본문 중간에 실린 <작가노트>는 작업 과정의 에피소드나 작품의 의미,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작품 이해를 한층 돕고 있다.
저자소개
미술평론가, 경기대학교 교수.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 대학교에서 미술 교육을, 동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꼬박 1년 동안 혹독한 병치레를 했다. 부모님은 자식의 몸 걱정에 '안정빵' 직장을 원하셨고. 선생이나 공무원이 되길 간절히 바라셨다. 물론 화가가 되는 것은 끔찍이 싫어하셨다. 그래서 찾은 절충이 미술교육과였으나 교사도 화가도 될 수 없는 교과과정에 절망하였다.
혼자 이런저런 책을 읽다가 막연히 그림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대학교 은사이신 조선미 선생님 덕분에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였다. 졸업후 금호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많은 작가와 작품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큐레이터와 미술평론가, 대학강사로 활동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내게는 여전히 이 모든 게 낯설기만 하다. 미술관을 그만두고 강사생활을 하다 지금은 경기대학교 미술학부에 적을 두고 있다.
무엇이 되고자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삶이 있는 한 인연이 되어 다가온 일들을 그저 해낼 뿐이다. 그림을 보고 그림과 관련된 책들을 읽고 강의를 하는 일은 힘들고, 때로는 열등감이 들기도 하지만 내게는 견딜만한 거의 유일한 일이다. 전시장에 가거나 가슴 졸이며 서점에 가서 새로운 책들을 고르거나 카페에 앉아 줄을 쳐가며 책을 읽거나, 예쁜 문구를 고를 때가 가장 즐겁다.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본 책들과 그림들을 고통스럽게 기억하면서 버티고 있다. 무엇보다도 좋은 강의,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만은 늘 가슴 뛰는 일로 남아있다.
목차
책머리에
식물성을 생각한다
풀 - 한 잎의 희망
꽃 - 하나의 우주가 열린다
씨앗 - 밥이 되고, 생명이 되고
사군자·탈사군자 - 간결하고 담백한 삶의 향기
나무 - 세상에 나무가 없다면?
숲 - 정령과 만나는 시간
산 - 사람은 죽어 산에 묻힌다
땅 - 최초의 화면을 찾아서
새 - 하늘에 닿고 싶다
하늘 - 해와 달이 숨쉰다
바다 - 떠나온 자는 바다를 바라본다
돌 - 불멸을 새긴다
정물 - 새롭게 태어나는 일상
풍경·반풍경 - 자연의 표정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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