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전거 여행」을 통해 전국의 산천을 주유하면서 만난 풍경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 김 훈. 이 책은 그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마주쳤던 ‘개’들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펴낸 소설이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개발바닥의 새카만 굳은살, 그 안에서 제 몸의 무게를 이끌고 세상을 돌아다닌 만큼의 고통과 기쁨과 꿈이 축적되어 있는 것을 엿본 작가는 사람과 함께 한 개들에게서 고달픈 인간사를 읽어내고 있다.
태어나 보니 개였고, 진돗개 수놈이었다는 강아지 보리. 어미의 젖꼭지에서 났던 비릿한 향내를 간직하고 있는 보리는 젖을 빨면서 어미의 슬픔까지 빨아들였다. 다섯 마리 새끼를 낳았지만 그 중 한 마리를 저세상으로 보내야 했던 어미는 제 새끼의 고통을 보다 못해 집어 삼키고 말았다. 그 뒤 주인 할아버지로부터 죽도록 맞고 또 맞았지만 자식을 삼킨 어미의 마음을 그 누가 알랴. 강아지 보리가 어미의 슬픔을 함께 느꼈던 것도 잠시, 보리는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세상 밖으로 나간다.
저자소개
1948년 서울 출생.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지은 책으로는 독서 에세이집「내가 읽은 책과 세상」「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문학기행1,2」(공저)「풍경과 상처」「자전거 여행」「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빗살무늬 토기의 추억」「칼의 노래」등이 있다.「칼의 노래」로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단편소설「화장(火葬)」으로 200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에게는 생의 양면적 진실에 대한 탐구, 생의 긍정을 배면에 깐 탐미적 허무주의의 세계관,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된 독특한 사유, 긴장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매혹적인 글쓰기로, 모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산문 미학의 한 진경을 보여준다는 평이 따른다.
김훈은 52세의 나이에 풍륜(風輪)이라 이름 붙인 자전거를 타고서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을 누볐다. 안면도, 쌍계사, 여수, 선암사, 부석사, 섬진강, 태맥산맥 등 많은 여행지들에서 보고 느낀 김훈의 사유들이 이강빈의 사진과 함께 『자전거 여행』으로 묶여졌다.
오래전부터 이순신에 매료되었던 김훈은 이 여행의 도중 진도를 찾아간 자리에서 이순신이라는 신화를 산문으로 육화(肉化) 할 결심을 한다.『칼의 노래: 소설 이순신』이 바로 그 결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