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가을 - 쉼표와 느낌표 2
여름이 준 선물」에 이은 유모토 가즈미의 두번째 소설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여섯 살 소녀가 새로 이사한 연립주택의 주인 할머니와 나누는 교감을 통해 몸 속 깊이 스며있던 불안과 외로움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슬픔 어린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험난한 인생의 파도를 헤쳐가야 할 어린아이와 얼마 안 있어 인생의 무대에서 사라져갈 노인의 만남, 그리고 각자 남다른 사연을 간직하고 살면서도 허허로운 웃음으로 서로의 뒷모습을 살펴주는 주변 인물들을 바라보며 독자는 ‘망망하게 펼쳐진 세상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불빛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슬픔을 건너는 법을 가르쳐준 할머니
나는 어떤 기분으로 편지를 썼을까? 처음에 나는 아버지에게 말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뚜렷이 느끼지 못했다. 다만 마음 깊은 곳에서 편지를 쓰는 것이 좋겠다, 하고 써야 한다는 충동이 일어났을 따름이다. 나의 내면에서는 아직도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과, 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 어떤 관련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다만 할머니가 생각지도 않게, “어라! 너도 글자를 쓸 줄 아네?”라든지, “넌 내 수명을 빼앗으려 하고 있어.”라는 말을 하는 게 너무 즐거웠다. 첫 편지는 이런 내용이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