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천 연어를 위하여
임정숙의 시편들은 고향을 보듬는 소중한 노래들로 짜여져 있다. 고향의 산천과 그곳의 꽃, 풀, 사람들을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생을 완성해 가는 시기에 이르러 그것들을 차곡차곡 다시 꺼내 우리 앞에 내놓은 것이다. 도시의 풍물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좀처럼 옛날의 정취를 맛보기 힘든 이즈음에 임정숙 시인의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 이닐 수 없다.
「남대천, 연어를 위하여」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남대천은 이 시집의 시작이자 귀결점이기도 하다. 2부에서는 현재 시인의 내면을, 3부에서는 내면이 이끌리는 방향을, 4부에서는 3부의 세계가 이끌고 간 고향의 언저리의 풍경을, 그리고 다시 1부에서는 시인의 유년, 소년기가 고스란히 물든 남대천의 따뜻한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끌어안고 살아온 열망을 다시 거슬러 고향의 강에 풀어 놓음으로써 회귀하는 연어, 바로 그것과 동일한 궤적을 그어온 시인의 삶, 이것은 우리들 누구나의 삶의 방식, 삶의 순리이기도 하다. 결국 이 시집은 남대천의 세계로 흘러오기 위한 도정을 보여준 셈이다. 양양 마을을 감싸안은 젖줄 같은 남대천은 시인의 현실적 고향이며 상징적 고향의 모티브가 되기에도 족하다. 시인은 남대천을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다다르고 싶은 세계를 투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