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상만물의 참모습을 보여지는 그대로 인정할 줄 아는 지은이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깨달음을 얻어낸다. 그런 지은이에게 책상, 의자, 나비, 호박덩굴손 등 주변 모든 사물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눌 따뜻한 이웃이다.
즉, 쓸모가 있으나 없으나 그에게는 하나의 모태에서 나온 사랑의 결실로 보일 뿐이다. 돌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웃'이 없는 존재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는지 세상에는 '외로운 사람과 외로운 사물'은 없다고 말하는 것에서 그러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이 세상의 아름다운 조화이고 우주의 질서라고 강조한 지은이는 직접 이러한 태도를 바탕으로 사물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기실 사물과의 대화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마음의 눈으로 본 나와의 대화에 다름 아니다. 그가 사물과 나눈 대화는 그때그때의 명상록이라고 할 만큼 가지가지의 깨달음을 안겨준다. 사물과의 대화에서 늘상 대답이 궁색해지는 것은 언제나 지은이다.
그는 사물을 '쓸모'나 '이름', '소유', '외형'의 관점에서 보려 하지만 사물들은 저마다 자기 안의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자신의 생각으로 다른 사물을 재단하려 하지 말 것이며, 어떤 목적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
우주의 흐름을 터득하면 어떤 편견에도 구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물과 나눈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제 생각을 통해서도 진아(眞我)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물과의 대화가 의미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자소개
1944년 충북 충주 출생.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했다. 동화작가이며 목사인 이현주는 모든 것에 자신을 활짝 열어둔 채 사랑을 배우며 사랑 그 자체이길 희망한다. 그는 '좋은 것일수록 나누는 데 힘쓰랴'는 옛 어른의 가르침을 존중해 '李아무개'란 이름으로 좋은 글들을 번역해 연이 닿는 이들과 맘껏 나눠 읽는다. 종교가 뭐냐, 교파가 어디냐 물으면 '울타리 없는 집에 산 지 이미 오래된 사람한테 언제 담을 넘었느냐고 묻는 거냐' 고 한마디 한다.
그는 종교만이 아니라 살아 있음과 그렇지 않음의 한계도 넘나들어 사물들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저서로 <날개 달린 아가씨> <아기 도깨비와 오토 제국> <소가 된 게으름뱅이> <독수리 날개 하느님> 등이 있다.
목차
1. 마음으로 보이는 것들
너 때문에…… - 돌
깨끗하지 않은 것이 없다 - 쓰레기통
태초에 한 마음이 있었다 - 향통
좀더 겸손해져야 한다 - 한쪽 줄이 끊어진 그네
나무는 부러지지 않는다 - 나무젓가락
끝은 본디 없는 것이다 - 아기 도토리
내 위에 앉아 있는 나 - 잠자리
아무에게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 안경
임자를 잘 만나시게나 - 연필
줄은 버틸 만큼 버틴다 - 빨랫줄
참사람은 마음을 거울처럼 쓴다 - 손거울
고운 노래는 언덕을 넘지 않는 법 - 마이크
함께 흐르면 어지럽지 않다 - 해바라기 열매
누가 탓하랴 - 타다 남은 모기향
마침내 사랑이다 - 휴대용 빗
나그네로 가득 찬 주인 - 빈 의자
날카로운 끝 - 송곳
2. 사랑을 표현하는 것들
모든 것이 사랑의 표현이다 - 부채
자네 속에도 불이 타고 있다네 - 향
나는 버림받지 않았다 - 병뚜껑
순결한 몸 - 호미
그것 참 안됐군 - 찻주전자
본향 가는 길 - 도토리 껍질
천국에는 교회가 없다 - 열쇠
겁나는 물건 - 두루마리 휴지
다 옳은 말 - 죽필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 떨어진 꽃
진짜과 가짜 - 도기
허공의 무게 - 너트
모든 사건이 거울이다 - 밟혀 죽은 개구리
최후의 단추를 누르는 손 - 원격 조종기
두려운 것이 없는 이유 - 부서진 빨래집게
비어서 쓸모 있다 - 집게
3. 살고 사는 것들
돌아가는 몸짓 - 감꽃
잘라 버리게 - 가위
사라지는 것이 있어 사는구나 - 종
그날은 반드시 온다 - 시계
잘해야 한다는 귀신 - 단소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