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모르는 여자의 마음
인어공주는 왜 목소리를 팔았을까?, 백설공주는 왜 사과의 유혹에 넘어갔을까?, 신데렐라는 왜 유리구두를 남겨 두었을까? 동화 속 여주인공들이 선택한 그들의 행동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이를 심리학적 근거로 설명하면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와 여성의 무의식을 우회적인 방법으로 탐구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동화를 그저 재미있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보지 않고, 그 속에 숨겨진 상징과 은유를 해석하는 ‘삐딱하게 보기’를 보여주는 저자는 이 책에서 동화의 소재에 초점을 맞춰 ‘왜 다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선택되었을까?’를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동화 속 어떤 소재는 여주인공의 성격을 나타내고, 어떤 소재는 그녀의 미래를 암시한다. 그리고 동화가 형성될 당시의 여성에 대한 통념이나 여성의 무의식을 상징하는 도구로서의 역할도 한다. 이러한 분석으로 저자는 심층심리학을 설명하며 무의식의 심리학으로, 마음 깊숙한 곳에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본다.
무언(無言)만이 순수한 영혼으로 회귀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던 안데르센의 생각이 드러난 인어공주에서의 공주의 선택, 난쟁이들은 절대로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지만, 탐스러운 빨간 사과에 다시 혹하고 만 백설공주에서는 독이 묻은 사과를 먹고, 또 뱉어냄으로써 죽음과 재생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마침내 진정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신데렐라의 처녀성, 신분 상승의 욕구,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의지를 나타내기에 더없이 딱 맞는 소재인 유리구두 등의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들은 상징과 은유의 보물지도인 동화를 통해 지적인 탐험을 떠나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