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
이 책 『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는……
신화 속에 숨은 스물다섯 개의 사랑 이야기를 캐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세상을 세상답게 만드는 것,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랑이 놓여 있다. 온 세상을 가득 채운 이 사랑이 우리네 인간사를 이끌어가는 주요 열쇠로 자리매김한 것은 태곳적부터일 게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인류의 역사를 곧 사랑의 역사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인류는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고, 조금 더 멋진 상대를 만나기 위해, 혹은 더 열정적인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을 가꾸어나가며 새로운 문화와 문물을 만들었다. 사랑에 앞서, 이성에게 조금이나마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픈 인간의 열망은 인류를 지금의 모습으로 이끌어온 것이다.
인간은 사랑과 성(性)에 있어서 만큼은 평생토록 굶주린 채 살아가는 것 같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는 그 사람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굴다가도, 막상 시간이 흘러 그 사람에게 익숙해지고 그와의 사랑에 길들여지고 나면 다른 누군가를 찾아 나서게 된다. 이러다 보니 인간들은 사랑 그 가운데서도 질투와 시기심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토록 사랑의 아픔을 반복해서 겪으면서도 왜 끊임없이 사랑에 목말라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신들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사랑은 우리네 사랑과 너무나 닮아 있다. 신들이라고 해서 그들의 사랑이 고결한 것만은 아니다. 이성간의 사랑은 물론이려니와, 스토커처럼 맹목적인 사랑, 비극을 불러오는 근친상간, 결국 파행으로 치닫는 불륜, 사랑의 또 다른 유형인 동성애까지, 그들의 사랑은 이렇듯 우리와 어느 것 하나 다를 바 없다. 신들은 자신과 닮은 모습의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은 신들의 모든 것을 본받아 그들과 같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신화의 샘물에서 건져 올린 사랑의 순간들
우리는 항상 자신의 사랑이 영원토록 변치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랑을 꿈꾸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늘 움직이는 것임을,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변하는 사랑, 움직이는 사랑의 역사는 신화 속에서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신들 가운데 최고의 난봉꾼이었던 제우스를 남편으로 둔 탓에 헤라는 질투의 화신이 되어야만 했고,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이오, 칼리스토, 레토는 헤라의 저주로 가혹한 고통 속에서 세월을 보냈다. 사랑의 여신이기는 하지만 아프로디테 역시 남편인 헤파이토스 외에 아레스와 아도니스, 디오니소스와 사랑을 나누었다.
어디 그뿐이랴. 자신의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연인에게 맹세해 놓고, 결국 새로운 정인에게 마음을 뺏긴 다프니스와 아티스는 사랑이 변한 댓가로 연인에게 각각 눈과 남근을 빼앗겼다.
물론 신화 속 사랑 이야기는 바람기 그득한 사랑만 담고 있지 않다. 사랑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만큼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도 그득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한 피라모스와 티스베는 서로 자신 때문에 연인이 자살했다고 생각하여 이생의 사랑을 위해 목숨을 끊었다. 연인을 만나기 위해 매일 밤마다 바다를 건넜던 헤로와 레안드로스는 이를 시기한 신들의 질투 때문인지 결국 죽음으로 그들의 사랑을 완성시켰다.
이 외에도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온갖 계략을 사용한 베르툼누스, 히포메네스, 야누스의 이야기는 우리네 사랑과 너무나 닮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지닌 사랑은 신화 속에서 신들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로 곳곳에 숨어 있다. 신화는 사랑으로 포장된 이야기를 통해 신들의 삶을 보여주고, 신들의 삶을 담은 이야기에서 인간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우리의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 신화 속 사랑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과 다를 바 없다.
이 책 『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에서는 우리의 사랑 이야기가 오롯이 녹아 있는 신화 속에서 끄집어낸 25가지 각기 다른 사랑의 모습을 펼쳐 보인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우리네 삶과 사랑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