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진 약속
“사랑하는 여인과의 약속을 위해 평생을 바친 한남자의 가슴시린 이야기”
평범한 한 남자가 비범하고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던 사연
박형봉의 장편소설 『지켜진 약속』은 우리에게 인생이 무엇이고, 인생의 가치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되묻게 하는 가슴 시린 작품이다.
이 소설의 첫장면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진종일이 충청도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 첫장면에서부터 비극이 시작한다. 진종일을 머슴으로 부리는 수전노 김영감이 애지중지하던 앙고라 토끼를 뒷산에 놓아준 벌로 진종일은 작대기로 사정없이 온몸을 두들겨 맞는다. 맞다맞다 피를 흘리고 육신이 터져 피가 나는 것을 견디다 못한 종일은 주인 김영감에게 낫을 들고 대든다. 그러나 낫질은 수전노 김영감에게 어떤 상처도 주지 못하지만 진종일의 인생을 파란과 우여곡절 투성이의 벼랑으로 내어몬다.
진종일은 그뒤로 나라 곳곳을 떠돌다 못해, 원양어선을 타고 세계 곳곳을 떠도는 인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진종일이 소중하게 지키고 싶어하고 평생을 지켜낸 소중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진종일의 첫사랑 순이와의 약속이다. 순이는 진종일이 시골마을을 도망쳐 나와 만나게 된 첫사랑의 여인이다. 그 여인은 진종일에게 선생님이 되어줄 것으로 약속해달라고 한다. 진종일과 사랑을 약속하고 미래를 기약하던 순이는 종일의 아이를 임신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운명은 이들에게 찰나처럼 짧은 행복의 시간을 안겨준 채 이내 다시 참기 힘든 불행을 맞닥뜨리게 한다. 아이를 낳으려고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술에 취한 채 수술을 하는 의사의 잘못으로 아이도 엄마도 모두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그 후 주인공 진종일의 방황과 떠도는 삶은 끝도 없이 계속된다. 하지만 주인공 진종일의 삶을 통해 저자가 담아내려고 하는 것은 평범한 한 남자, 아니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소중하게 간직하고 지켜내고 실천하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위대하다는 것은 직위나 재산이나 그 어떤 다른 가치보다도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과의 약속을 헌신적이고 일관되게 평생을 거쳐 지켜나가는 작은 곳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단순하면서도 비범한 사실을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