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 자폐청년의 맑고 순수한 영혼이 온갖 부패로 얼룩진 도시의 삶 속에서 상처받게 되는 과정이 아프게 그려지는 소설!
소설가 김원일씨의 장편소설. 지금까지 다루어온 일제하·해방·전쟁 전후의 암울했던 시대에서 눈을 돌려 '현재의 시간, 그 그늘진 배후를 소재로 새로운 세계를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한다. 단문의 속도감, 현재와 과거가 연속적으로 겹쳐지는 묘사를 통해 세속 도시의 폭력과 원초적 고향으로서의 식물 세계를 극명하게 대립시키며, 한 맑은 영혼에 투사된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남을 해코지할 줄 모르고 거짓말을 하면 머리가 아파오는 정신박약에 자폐증 청년인 마시우는 고향인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를 타의에 의해 떠나게 된다. 새로운 터전인 서울에서의 삶은 고통의 연속인데… 한 자폐청년의 맑고 순수한 영혼이 온갖 부패로 얼룩진 도시의 삶 속에서 상처받게 되는 과정이 아프게 그려진다.
작가는 이 소설의 배경으로 장애인, 조직폭력, 환경오염, 전교조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며, 순수한 영혼을 가진 청년 마시우의 입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사회의 위선과 부조리를 폭로하고 있다.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과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소설.
저자소개
1942년 경남 김해 출생. 196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분단문학의 대표적 작가. 월북한 공산주의자를 아버지로 둔 멍에를 문학적 화두로 승화하여 빛나는 작품들을 다수 창작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6·25 이전 남한에 살면서 가족에게도 자신의 활동을 숨기고 지하활동을 한 공산주의자였다. 전쟁 전 남로당 경남도당 부위원장, 인공 치하 서울시당 재정경리부 부부장을 지내다 서울 마지막 철수팀으로 월북했으며, 유격대 간부로 남하, 52년 3월까지 태백산맥 등지에서 활동했고, 제네바 남북 포로교환협상에 북한 대표단으로 참가했다니 고위급 인사였던 모양이다. 1953년 남로당 숙청 후 몰락과 복권을 되풀이하다 1976년 강원도 요양소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이데올로기를 쫓아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난 후, 김원일의 가족에게는 당장의 생존이 절박한 문제로 떠올랐다. 어린 시절 배가 고파 대구 시장 바닥에서 과일 껍데기를 주워 먹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신춘문예로 등단했던 막내 동생이 요절한 원인도 그 시절의 지독한 가난에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 김원일의 생각이다.
그러나 분단의 멍에를 진 궁핍한 가정이 김원일의 문학에는 중요한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1950년 아버지와 이별할 당시 겨우 여덟 살에 불과했지만, 등단 이후 김원일은 아버지를 상정한 `빨갱이`나 `공산주의자`를 작중 인물로 등장시키며, 아버지를 문학적으로 복원시켜 나갔다.
1998년에 들어서야 아버지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지만, 김원일이 소설 속에서 그려 낸 아버지의 모습은 실제의 아버지와 흡사하였다. 30년 넘게 김원일의 문학세계를 지배했던 `분단문학`은 초기작 <어둠의 혼>과 장편 <노을> <불의 제전>, 그리고 , <마당 깊은 집> 등에 잘 표출되어 있다.
동생 김원우씨도 1998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