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수밭
『붉은 수수밭(紅高梁)』은 1987년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그랑프리 수상작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작품 자체보다는 먼저 영화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작품이다. 중편 「투명한 홍당무(透明的紅蘿卜)」(1984)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가 모옌(莫言)은 이 『붉은 수수밭』(1986)을 통해 일약 저명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80년대 중국 문단을 대표하는 청년 작가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된다.
붉은 수수밭』의 세계는 복합적이다. 그 속에는 민족의 역사와 종(種)의 신화, 강렬한 생명 의식과 투명한 감각, 잔혹한 현실과 그리운 환상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나의 삼대의 경험과 감각과 의식이 공존하며, 과거·현재·미래의 시간들이 부단히 엇섞이면서 빚어내는 풍부한 미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타는 듯한 붉은빛과 들척지근한 피비린내, 가뭄과 홍수에도 살아남는 생명력, 묵직한 일렁임의 역동성이 한데 어우러진 '붉은 수수밭'의 상징이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