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마흔살의 우정
왜 나이가 들면 친구는 줄고 동료만 느는가?
침묵으로 서로를 이야기하고, 소주 한 잔으로 마음을 나눈다.
그래서 우린 친구인가보다!
"우리는 태어나 세상 밖으로 나온 이후, 매일같이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나 같은 남을 찾기도 하고, 남 같은 남을 찾기도 한다. 그러다가 결국은 모두 함께 간다. 우리가 마음을 교류하려는 목적은 늘 같다. 상대를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어떤 이와는 평생 서로를 증명하면서 살아간다. 친구는 내가 살아온 만큼의 역사다."
이 땅에 살고 있는 40대 남자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친 '마흔으로 산다는 것'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가 전경일이 이번에는 중년 남자들의 '친구'와 '우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신작 '남자, 마흔 살의 우정(전경일 지음, 21세기북스)'은 4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친구와 우정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는 에세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친구, 우정에 대한 철학을 잔잔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풀어내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생은 친구가 있기에 살 만한 것이다. "마누라도 좋지만 척척 죽이 맞는 친구"를 갖고 있어야 외롭지 않고, 살아갈 힘이 생긴다. 그런 친구들을 만날 때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 없다. 마음 편안한 친구라는 건 "대강 봐도 서로의 인생 밑천을 송두리째 들여다 볼 수" 있는 관계다. 젊었을 때는 호기를 부리며 서로의 잔에 술을 넘치도록 따라주지만 중년의 친구들은 "적당히 알아서 마시겠거니 하며 천천히 잔을 채워" 준다.
최고의 만남이란 "마음과 마음끼리의 만남"이다. 가족처럼 혈연으로 만나거나 직장 동료처럼 일 때문에 만나는 것과는 다르다. 마음의 거리는 "채 1센티미터도 되지 않거나, 아니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구라는 관계는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만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난 친구라고 해서 평생 변함 없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유지, 보수가 없다면 친구 관계는 끊어지고 만다.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내기 어려운 시간을 쪼개어 연락하고 만나야 관계가 유지된다. 그렇다고 친구의 인생에까지 개입할 필요는 없다. 친구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가까이서 먼 듯이 바라보고, 먼 듯하면서도 가까이 상대를 바라보는" 태도다. 모든 인간 관계가 그렇듯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친구 관계 역시 존중된다.
나이가 들수록, 일이 고될수록 친구가 그립다. "가끔은 퇴근길에 만나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 서로 가야 할 길을 묵묵히 바라봐 주고, 굽어 가는 등에는 서로 손 얹어 준다. 그러다가 때로는 어깨동무하고 추억 속으로 달려 가고픈 벗들이 있다. 그저 바라만 봐도 서로를 알고, 그래서 마음 편한 친구들이 그립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왠지 오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소주 한 잔 하자고 청하고 싶어질 것이다. 지금 당장 친구에게 전화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