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신화
이데올로기를 신념화하면 신화가 된다. 신화는 형제를 적으로 아버지를 타도의 대상으로 몰고가기도 한다. 일제는 1931년 만주침략을 계기로 조선을 병참기지화하는 한편 식민지 조선 내부와 국경지대에 대한 치안경비계획을 한층 강화하였다. 마침내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 격인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킴으로써 대륙침략에 대한 그들의 본성을 드러냈다. 사상적으로는 천황제 파시즘이나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하는 군국주의 외에 민족주의, 사회주의를 비롯한 서구의 자유주의 사상, 기타 여러 종교 등이 부정되었다. 이는 1938년 이후 ‘국민정신총동원운동’, 1940년대 ‘국민총력운동’의 형태로 더욱 강화되었다. 이른바 ‘총력전 계획’이 ‘총력전 체제’방식으로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이었다. 소설은 일본 유학 중 공산주의 세례를 받고 졸업을 맞아 귀국한 이종철의 장남 영우와 경성에서 전문학교를 졸업한 친일파 성향의 차남 한우의 갈등에서 출발한다. 막내 정우는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상이군인으로 귀환한다. 이 세 명의 아들은 공산주의, 천황제 군국주의, 자유주의를 대변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분단과 전쟁, 남북 이념 갈등의 구도로 집약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한국전쟁을 거쳐 1970년대 전후까지의 한국 현대사의 혼란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방의 중소 지주였던 이종철과 그의 아들 영우, 한우, 정우의 파란만장한 행적을 서사시적으로 형상화했다. 저자는 공산주의, 일본의 천황을 중심에 둔 군국주의, 자유주의 등 해외로부터 유입된 이데올로기를 신화로 설정한다. 그 신화들이 이종철 가(家)의 삼대에 걸친 갈등과 좌절 그리고 비극을 야기한 것이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