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길을 가다
공직자, 시민운동가, 법조인으로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고전독서를 바탕으로 공직자이자 시민운동가, 법조인으로서 공정한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변호사 이석연, 한국 미술 교육과 미술이론 연구의 개척자로서 한국만의 멋과 정서가 담긴 아리랑을 화폭에 담고자 평생을 바친 서양화가 김정, 한국 언론현장의 중심에 있던 언론인이자 다양한 인문학적 바탕으로 한국 언론 역사 연구의 기반을 단단히 다져온 언론학자 정진석 세 사람이 함께 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각 분야에서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걸으며 오랜 친분을 다져 온 세 사람의 글을 모았다. 이석연은 한손에는 법전, 한손에는 고전을 평생 놓아본 적 없는 법조인이다. 깊이 있는 독서와 법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에서 사회와 미래를 향한 그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연구하는 화가의 전형을 보여주는 김정은 평생 아리랑을 화폭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화가이자 교육자로서 써내려간 글에는 한국 미술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이 녹아 있다. 언론 연구자인 정진석은 구한말부터 해방 후까지 신문의 영인본 작업으로 역사의 현장을 되살려냈다. 여기 실린 글을 통해 연구자로서 바라본 역사 속 언론 100년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이석연, 김 정, 정진석 세 사람은 지연이나 학연으로 모인 사람들이 아니다. 고향이나 출신 학교 뿐만 아니라 전공도 직업도 다르다. 어떤 정치적인 구호를 앞세우거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고 모인 것도 아니다. 그저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 것은 세 사람 모두 인문학적 소양과 연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박한 밥상에 둘러 앉은 자리에서 세 사람의 대화에는 신간 서적에서부터 언론 및 문화예술에 이르는 다양한 화제가 꽃피었다. 이 책은 이 세 사람 사이에 오고 간 풍부한 대화의 바탕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또한 각자 어려운 청년 시절을 책과 독서로 버텨왔다는 공통점이 세 사람이 오랜 세월 만남을 이어오는 데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부에서 법조인 이석연은 그의 삶의 세 가지 키워드 즉, 독서, 여행, 헌법이라는 주제로 글을 풀어나간다. 젊은 시절부터 시작된 폭넓은 독서가 그의 삶에서 어떻게 전개 되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사기』를 깊이 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또한 트로이부터 이집트와 인도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여행의 경험도 함께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를 바탕으로 한 법과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읽을 수 있다. 제 2부에서는 서양화가 김정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김정은 독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면서도 한국인의 정서가 녹아있는 아리랑을 그림으로 담아낸 여정을 소개한다. 김정은 작은 메모에서부터 긴 호흡의 저서까지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기록이 담아낸 한국 원로 화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도 볼 수 있으며, 한국 미술 교육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학자의 열정과 미술교육에 대한 고찰도 읽을 수 있다. 제 3부는 언론을 중심으로 역사와 국가, 인물 등 여러 흥미로운 주제로 언론학자 정진석이 오랜 기간 써온 글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종군기자 더글라스 스토리와 고종 밀서, 대한제국의 최후, 대한매일신보 발행인 배설 등 구한말부터 현대까지 역사 속 언론을 둘러싼 한국과 그 속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오랜 기간 발로 뛰며 자료를 수집하여 한말 이래 귀중한 신문을 영인한 작업의 노고를 엿볼 수 있다. 저자들의 활동분야가 다른 만큼 개성 강한 글이 모인 책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한국과 한국인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배어 있다. 김정은 한국의 소나무와 아리랑에 매료되어 평생을 그려왔으며, 이석연은 한국사회의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 끊임없이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어 왔다. 정진석은 구한말 통탄스러운 역사 현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연구하여 한국근현대사와 관련된 중요한 자료를 수집·보존하는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