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쓴 일기
어렸을 적에 쓴 일기는 위안을 주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꼭 일기장을 펼쳐보고는 했다.
내가 노동판의 합숙소에서 소설을 쓴답시고 노트북을 켜면 기다렸다는 듯이 술을 먹자고 꼬시는 동료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입을 닫는 동료도 있었다.
내가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보육원에 있었던 경험이 한이 되어서인 것 같은데, 그 경험이 또 소설 쓰기를 방해하기도 했다.
자기 연민에 빠진달까.
상상력을 발휘하여 소설을 써 나가다 보면 나는 어느 틈에 경험 속으로 들어가 추체험을 하고 있어 도무지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아마 그래서 이 소설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장편소설이 먼저 탈고되었을 것이다.
자전적 소설이라 작가의 말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노동판에서 가끔 내 원고를 읽고 평하는 상희가 꼭 써야 한다고 설레발을 치는 통에 몇 자 적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