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 속에서
이제 와 생각해보니 밥은 ‘예의’였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영양소나 허기를 달래는 음식물의 개념이 아니라, 먹는 태도와 마음, 만드는 정성과 배부름을 대하는 자세까지 모두가 내 몸을 이루는 하나하나였던 것 같아요. 급하게 먹은 밥은 온몸에 다급함을 채워 넣어요. 다급함으로 찐 살과 근육은 지워지지 않는 습관으로 남더라고요.
_p.22, ‘뉴 전주비빔 삼각김밥: 끼니를 때우는 급박한 쌀알에 대하여’ 중에서
감정이란 건 어떤 사건에 대한 리액션에 가까워요. 가끔 우리는 이 리액션을 본질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어요. 화가 나서 더 화가 나고, 슬퍼서 울다 보니 더 서글퍼지는 식으로 말이죠. 감정은 충분히 표출하는 게 건강에 좋지만, 이렇게 기분 속에 갇히면 표출이 아니라 발버둥을 치게 됩니다. 힘은 점점 빠지고 감정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말죠. 그래서 맥주로 기분을 씻어주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_pp.25~26, ‘호가든 한 캔: 기분 벗고 주무셔야죠’ 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행위는 의도가 없거나 있다면 선의에 가까워요. 하지만 상대의 의도가 무엇이든 결국 판단은 받는 쪽에서 하게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나에게 좋은 것’이 상대방에겐 몸에 맞지 않는 어떤 것이 되기도 해요. 그럼 주는 사람은 속이 상하죠. 받는 사람은 몸이 상하고. 의도는 좋았는데 둘 다 상처받는 슬픈 결말로 끝나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더라고요. ‘너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던진 말, ‘팩트’라며 알려준 진실, 무심코 늘어놓는 걱정, 혼자만 재미있는 ‘노잼’ 개그 등등…….
_pp.37~39, ‘A 1등급 우유: 너에게 좋은 것과 나에게 좋은 것’ 중에서
우리는 옷을 사고 화장품을 바르고, 좋은 차를 사고 싶고, 방도 꾸미고 싶어 해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잘 가꾸고 싶죠. 마찬가지로 내 손과 발과 세포들을 이루는 음식도 잘 가꾸고 챙겨야 해요. 가끔 위경련이 강림하셔서 세상이 뒤집히고 나면, 5백만 원이나 들여 예쁘게 꾸며놓은 내 방 대신 허연 병실과 링거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더라고요. 잘 먹고 건강해야 합니다.
_p.71, ‘차돌박이와 인생: 삶이 그대를 속일 땐 차돌박이를 구워요’ 중에서
물론 일을 사랑한다는 건 아주 멋진 일이에요. 하지만 현명하게 사랑해야죠. 내 몸뚱이는 하나라서, 일도 내가 하고 잠도 내가 자고 밥도 내가 먹어요. 데이트하고 키스하는 것도 나고, 가족을 돌보는 것도 나예요. 내 삶 속 일들을 다른 사람 일인 듯 멍때리고 바라보면 안 돼요.
삶이 무너지면 일도 없잖아요.
_pp.98~99, ‘워라밸: 퇴근했다고 워라밸이 아니죠’ 중에서
센스껏 뼈다귀해장국에 어울리는 소재를 꺼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가 봐요. 그냥 머릿속에 맴도는 어
떤 단어를 잡아서 꺼내곤 하죠. 그 단어는 좀 생뚱맞을 때가 많아요. 그리고 가치판단의 여지가 있는 의견을 툭 물어보는 건 해장국에 밥을 말아 먹는 사람에게 역류성 식도염을 선사할 수 있어요.
_p.125, ‘요즘 뉴스: 할 말이 없어서 무심코 던지는 말들은 어떻게 상처를 주는가’ 중에서
‘현실적으로’란 조언은 ‘니가 그것을 성공했을 때 내가 배 아픈 이유는……’ 정도로 재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_p.178, ‘지인의 조언: ‘현실적으로’라는 말의 동의어’ 중에서
삶도 비슷한 것 같아요. 평지가 편하긴 하지만 한 가지 자세로 아무 굴곡도 없는 길을 걷다 보면 가장 연약한 곳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요. 그렇게 생긴 백 원 크기의 물집은 우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게 만들죠. 엄청난 고통을 주면서 말이에요.
_p.198, ‘물집: 산을 타면 물집이 잘 안 잡혀요’ 중에서
여러분이 지금 먹는 맥주, 하겐다즈, 치즈케이크, 불족발, 고르곤졸라 피자…… 내일 되면 소화돼서 사라질 것 같죠? 맞아요. 사라지긴 해요. 그리고 30대 이후로 이월돼서 일괄 정산 된답니다.
_p.228, ‘BMI: 서서히 변할 것 같죠?’ 중에서
저자소개
글과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콘텐츠를 만드는 1인 기업,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aftermoment.kr)의 대표다. 2017년 7월 시작한 카카오 브런치(https://brunch.co.kr/@roysday)에 ‘디테일이 소름 돋는 현실 브랜딩 이야기’를 연재하며 8개월 만에 230만 뷰를 기록했고, 2018년 5월 현재 8134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알쏭달쏭 클라이언트를 위한 용어 정리’를 시작으로 ‘직장인들의 넵병 분석’ ‘신입 사원들을 위한 50가지 현실 조언’ 등이 연일 화제에 오르며 취준생부터 실무자까지 고른 팬층을 확보하여, 2017년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금상을 수상하는 데 힘을 보탰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매일 일어날 법한 곤란하고 애매한 주제를 통쾌하게 정리하는 그의 글발을 보고 그를 ‘어디’ 출신이라고 짐작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그는 알 만하거나 그럴듯한 배경보다 끝내주는 현장 경험을 ‘빽’으로 삼은 ‘비전공 디자이너’로 업계에 발을 디뎠다. 판매직 사원에서부터 공사장 인부, 콜센터 상담원, 영업 사원, 영어 강사, 전시 디자이너, 청소년센터 프로그램 기획자에 이르기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을 만큼 다양한 직업을 거쳐 어깨너머 배운 디자인을 밥벌이로 삼은 그는 오늘도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신의 ‘삽질’을 많은 독자와 나누며 자신만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목차
차례
프롤로그 사소한 것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불러봐요
PART 1 허기 벗고 탄수화물
: 음식과 내 몸에 대하여
계란 프라이 : : 하루를 여는 노랗고 하얀 아이
뉴 전주비빔 삼각김밥 : : 끼니를 때우는 급박한 쌀알에 대하여
호가든 한 캔 : : 기분 벗고 주무셔야죠
빨간 콩나물무침 : : 좋아하는 것이란 기본 메뉴와 같아요
참이슬후레쉬 : : 튜토리얼은 부모님과 함께
A 1등급 우유 : : 너에게 좋은 것과 나에게 좋은 것
당근과 브로콜리 : : 도망치는 건 때로 도움이 돼요
호박죽 : : 누군가를 위해 젓는 20분
한정식 A코스 : : 배가 고프면 없던 고민도 생겨요
갈비찜 : : 재료를 다 사서 요리하려면 2년 정도 걸려요
참치 대뱃살 : : 맛있는 밥상에서는 좋은 얘기가 오갑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 : 시간과 공간을 사는 것
호떡 : : 감각은 팩트가 아니라 기억이 지배하니까
두부부침과 소주 : : 지질해도 술상만큼은
차돌박이와 인생 : : 삶이 그대를 속일 땐 차돌박이를 구워요
PART 2 피로 벗고 로그아웃
: 일과 회사에 대하여
월급 : : 돈 때문에 회사에 묶여 있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허리 통증과 거북목 : : 업무는 내일 할 수 있지만 허리는 내일이 없어요
윈도우즈 업데이트 : : 일은 능력만으로 하는 게 아니었어요
샤바샤바 : : 아부는 나쁜 게 아니에요
워라밸 : : 퇴근했다고 워라밸이 아니죠
유럽행 티켓 : : 퇴사 후 유럽 여행은 즐거워요, 그냥 즐거워요
옥상 : : 멱살 잡고 싸워도 돼요, 마무리만 좋다면
마케팅 4주 완성 코스 : : 마케터가 하고 싶어요! 진짜요?
20% 확률 : : 저 사람만 나가면 살 만하겠다 싶지만, 그건 훼이큽니다
요즘 뉴스 : : 할 말이 없어서 무심코 던지는 말들은 어떻게 상처를 주는가
제임스 : : 수평적 문화의 폐해에 대하여
명함 : : 퇴사하면 그거 없어지는 거
PART 3 환멸 벗고 아미타불
: 사람과 관계에 대하여
피해 의식 > 이런 사람이 제일 무섭습니다
키보드 워리어 : : 당신이 욕을 먹는 건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친절함 : : 올바름과 친절함 사이에서는 친절함을 택해요
핫팩 두 개 : : 마음을 표현하는 데는 3천 원 정도면 충분해요
연장자 : : 노력 없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것, 나이
오지라퍼 : : 보통 당신이 뭔가를 하려고 하면 네 종류의 사람이 모입니다
페친 : : 뭔지는 모르지만 그냥 ‘멋있다’고 댓글을 남겨요
내향형 30대 : : 유튜브 시청으로도 충전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자존감 : : 쉽게 두른 포장지는 쉽게 들통 나요
지인의 조언 : : ‘현실적으로’라는 말의 동의어
유리수: 인간관계는 자연수가 아니에요
PART 4 고민 벗고 롸잇나우
: 일상과 태도에 대하여
두뇌 : : 전두엽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아요
블로그 : : 지우지 말았어야 했어요
물집 : : 산을 타면 물집이 잘 안 잡혀요
신규 서비스 : : 아! 저거 그때 내가 생각했던 건데!
고민 : : 시작은 창대하지만, 그 끝은 미약해요
남미 여행 : : 환불 불가 비행기표를 사면 많은 고민이 해결됩니다
대출 : :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싶어요
가짜 감동 : : 강의장에서 돋는 소름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어요
끈기와 노력 : : 언제까지?
자낳괴 : : 구애의 방식을 바꿔보도록 해요
BMI : : 서서히 변할 것 같죠?
1억 통장 : : 일단 1억을 모으겠다는 생각에 대한 고찰
암보험 : :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기 시작하면 많은 얘기가 달라집니다
본질과 가치 : : 그걸 꼭 찾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