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사과를 먹을 땐 사과를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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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먹을 땐 사과를 먹어요

저자
디아 저
출판사
웨일북
출판일
2019-03-05
등록일
2019-06-1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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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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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갭 이어는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전에 ‘쉬어 가는 페이지’다. 의무에서 해방되어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쉬는 시기다. 그런데 외국과 달리 우리에게 이 갭 이어는 학생보다는 어른에게 더 필요한 것 같다. 우리의 라이프 사이클은 돌잔치 이후로 줄곧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치 챕터의 구분 없이, 때로는 문단의 구분도 건너뛰면서, 오직 에필로그로 질주하는 책 같다. 그런 책은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한지.
_p.5

무의식적으로 툭 하고 솟구친 나의 테마는 ‘오로지 재미있는 것만 하기’였다. 아마도 사회 초년생이 느끼는 자유의 억눌림, 미래에 대한 두려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찌그러진 자신을 좀 펴놔야 살 수 있겠다 싶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20대 내내 이어진 우울증이 또다시 도질 것 같았다.
오직 재미난 것을 한다는 테마는 이제껏 내가 살아온 방향의 정반대 지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재미난 것’에는 재미난 공부나 재미난 사람을 만나는 일도 들어가지만, 일상을 촘촘하게 구성하고 있는 작은 시간들, 즉 일상 자체를 무기력하고 무거운 틀에서 건져내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었다.
_p.23

어른들이 방황하는 이유를 파고 들어가 보면 상황이 어떠하든 간에 한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내가 너무 정체되어 있어.’
내가 다시 성장하고 싱그러워지는 시간은 어디에 있을까. 몸에 알알이 박힌 일 냄새를 지우고, 먹고사는 걱정보다 삶을 노래할 수 있는, 대단치도 않은 것에 마음을 쏟으면서 열광할 시간은 어느 계절에 흩어졌을까. 삶 스스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는 이처럼 불쑥 찾아온다.
_p.68

연애에 끝이 있듯, 여행을 갔다가도 돌아와야 하듯, 갭 이어도 끝이 있다. 돌아갈 집은 어디인가? 지긋지긋한 일상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다시 돌아오면 지루한 일상조차 새롭게 느껴진다. 내가 미묘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 당장에 사회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은 물론 있다.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 가는 일도, 이 세계에서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일도 일상적 힘의 몇 배가 필요하다. 그래서 세계를 넘나드는 어찔어찔함이 있다. 그러나 견뎌낼 힘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장담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갭 이어 동안 즐거웠던 감각을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금 뾰족한 것들에게 공격을 당할 때 그 감각을 꺼내면 되니까 말이다. 이것이 갭 이어에서 얻은 가장 큰 보물이라 할 수 있다.
_pp.118~119



어째서 일을 해도, 일을 하지 않아도 문제일까. 살아가는 게 그냥 문제인 걸까. 그런데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이상한 게 있다. 일을 관둘 수 없어서 괴로운 이들 그리고 일할 자리가 없어서 괴로운 이들, 반대 상황에 처한 듯 보이는 두 부류는 신기하게도 같은 말을 한다.
“나 자신이 없는 것 같아.”
무슨 말인가. 집에만 있어도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회사에만 있어도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 회사, 집, 회사, 집만 해도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 겉으로는 일 때문에 힘들고 일이 없어서 괴로운 것 같지만, 어쩌면 문제는 일이 아니지 않을까. 더 들여다보면 그 괴로움은 나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잊어서가 아닌가.
_pp.133~134

너도 나도 행복이라는 그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대해서’ 말이다. 자기가 행복을 느끼기 전에 그 가치에 ‘대해서’. 그런데 어떤 이들은 ‘대해서’를 이야기하는 대신에 어딘가를 헤집고 다닌다. 행복의 소리, 빛, 냄새, 감촉, 맛을 감지하러 다닌다. 이것과 저것을 더해보고 그것을 곱씹어본다. 어느 쪽이 더 감칠맛이 나는지 어떤 향신료는 빼도 좋은지 결정한다. 이들이 요리하려는 것은 자신만의 행복이다. 행복에 관한 아주 사적인 데이터다.
_pp.182~184

드넓은 자연에는 분명 커다란 힘이 있다. 마치 은둔의 현자나 응원단이 한 무리로 숨어 있는 것 같다. 내가 가면 그들이 한꺼번에 달려와서 달래다가 마지막에는 응원해준다. 그래서 그곳으로 달려갈 때와 나올 때 약간 다른 사람이 된다. 조금은 철학자로, 조금은 긍정주의자로.
다쳐서 피가 나던 곳에는 반창고 하나가 붙어 있고, 두 손에는 투명 보자기로 싼 용기나 긍정, 사랑 같은 오그라드는 말들이 들려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도 만나지 않았는데, 그저 바다만 보고 있었는데, 그저 걸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난다.
_p.210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본다, 좋아하는 공간에 머문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여기에는 공통된 감각이 있다. 바로 생각이 사라지고 몸-마음이 하나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그것은 조건 없는 행복감과 닿아 있다. 움직이는 명상이든, 좌선하는 명상이든 모든 명상은 이 ‘감’을 연습시킨다. 많은 이가 명상을 권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는 훌륭한 철학을 배운다고 해서 가능할까? 그것은 더 알아야, 더 배워야 하는 지식이 아니다. 단지 몸에 붙게 만드는, ‘몸적인’ 연습이 필요할 뿐이다. 생각병에서 벗어나 순간을 사는 연습, 행복감을 불러오는 연습이다. 맨몸으로 행복을 배울 수 있다면, 그걸 몸에 배게 만들 수 있다면, 언제든 그 기술을 꺼내 쓸 수 있다면, 굳이 연습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_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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