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
"재판장, 수고했네! 내 육체야 자네들 맘대로 죽이려거든 죽여라. 그러나 나의 정신이야 어찌할 수 있겠는가?" 사형 선고를 받은 박열이 한 말이다. 제국주의 법정을 뒤흔든, 그야말로 조선이 낳은 불온한 사상가다운 '사이다' 발언이었다.
박열(朴烈). 압제와 억압, 그 어떤 것에도 순종하거나 굴종하지 않는 뜨거운 청년이었다. 식민지 백성으로 태어났다는 것, 월사금도 제대로 마련하기 힘든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 학문을 향한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으나 시대의 공기가 책만 파고들도록 허락지 않았던 시대에 태어난 것이 죄라면 죄였던 조선의 청년이었다.
이름부터 이글이글 불타오르듯 뜨거운 이 남자는 일본 제국주의의 아이콘인 왕세자와 일왕을 폭살을 계획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일본 제국주의 법정에서 자신의 사상을 선전하는 놀라운 기개로 식민지 조선 민중에게 희망을 심어준 열혈 항일투사였다. 재판을 맡은 판사가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그를 가두었던 형무소의 소장이 감화되어 훗날 참회하고 자신의 아들을 양자로 보내기까지 한 '무서운' 조선인이었다.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는 패기만만한 청년 혁명가에서 북으로 간 항일투사로 마침표를 찍은 박열의 파란만장한 삶을 기록한 책이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한마디는 재판장에게 제출한 논문의 한 구절이 압축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들에게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해도 우리들은 이처럼 잔인한 운명에 대하여 순종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