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침묵 51초
12명의 세계 정상과 단독 인터뷰한
30년 베테랑 방송기자가 스피치의 정수를 공개한다!
이 책 『위대한 침묵 51초』는 수사학의 전통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것을 말하고 있다. 수사학에서는 말하는 이 못지않게 듣는 이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플러스알파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전통적 수사학에서는 다루지 못한 그 플러스알파를 ‘관계성 수사학’과 ‘내면의 수사학’이라는 이론으로 정리하였다. 이들 이론에 따르면 화자의 진심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화자와 청자 간의 관계 설정과 화자의 내면에 자리 잡은 진심을 전하는 것이 말하는 방법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 새로운 각각의 이론은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경호원의 만류를 뿌리치고 직접 가난한 대중과 만남을 갖고 즉석 세미나를 열었던 룰라 대통령을 관계성의 화신으로, 재난의 현장에서 이재민과 함께 울고 웃으며 중국을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린 원자바오를 내면의 수사학의 달인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수사학적 전통을 무시하지 않는다. ‘수사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에 대한 이론 역시 위대한 연설가 세 사람의 사례로 뒷받침되고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마틴 루터 킹 목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바로 그들이다. 팔레스타인의 독립운동을 펼치며 치열하게 싸운 아라파트의 수사를 로고스를 통해, 흑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 결국 목숨마저 던진 킹 목사의 수사를 에토스를 통해, 뛰어난 연설과 감성적 설득력을 바탕으로 흑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미국 정치의 정점에 우뚝 선 오바마 대통령의 수사를 파토스를 통해 분석한다.
이렇게 저자는 전통과 새로운 것의 접목을 통해 수사학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였고, 자신이 논한 것을 바탕으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구사하는 수사를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이 더욱 쉽게 수사학의 묘미를 알도록 한다.
설득과 소통의 시대, 수사학의 내비게이션
이 책은 기본적으로 수사학을 리더십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크게 6장으로 나누어 전반부에서는 수사학의 아버지라 불린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의 수단으로 체계화한 로고스ㆍ에토스ㆍ파토스에 맞는 역사적인 스피치를 소개하고, 그 스피치에 쓰인 수사기법을 인물과 사례별로 면밀히 분석·제시한다. 또한 각 연설의 이면에 작동하고 있는 시대 상황과 청중의 심리까지를 파헤쳐 이를 실생활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기에, 평소 프레젠테이션을 자주 해야 하는 독자라면 이 책의 전반부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명연설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독자는 세상을 떠난 뒤에 더욱 유명해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기법이 오바마 대통령과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수반에게 그대로 전수되어 여전히 세상을 감동시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동양적 수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논어』의 「위정」편을 보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나온다.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알아야 된다는 것이 온고지신의 정신이다. 이 책이야말로 온고지신이라는 말에 꼭 들어맞을 것이다. 수사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제안하면서도 전통적 수사학의 우수한 면을 무시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창조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수사학의 패러다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킨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새로운 수사학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수사학을 실용적인 학문 차원을 뛰어넘어 관계성과 내면의 수사학이라는 새로운 틀로서 제시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스피치 사례를 소개하면서 설득 원리를 규명하는데, 그에 맞춤한 모델로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를 들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삶과 연설 사례를 통해 전통적 수사학이 미처 품어 안지 못했던 동양적 리더십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색깔의 레토릭 리더십 제시
『위대한 침묵 51초』는 수사적 기법과 리더십을 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문서다. 이 책을 일독하면서 독자는, 아라파트 편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골 깊은 증오와 갈등의 연원, 현재의 모습 등을 알 수 있고, 마틴 루터 킹으로 상징되는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지난했던 과정과 성취를 알 수 있으며, 오바마의 찌르는 듯한 연설을 통해 미국 정가의 모습을 일별할 수 있다. 또한 퇴임 시 지지율이 87%를 기록했던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을 통해 참다운 지도자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타깝게 느낄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마다 자기 목숨을 던져 고난을 뚫고 민중과 함께 하는 원자바오를 통해 지도자의 진정성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아프게 깨닫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과 오바마의 회한 깊은 침묵을 비교해 놓은 대목에서는 우리나라 상황을 돌아보게 되는데, 헛된 꼼수와 진정성 없는 호승심, 명예욕 따위, 참다운 리더십과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 연설을 얼마나 빈털터리로 만드는지 알 수 있다.
<위대한 침묵 51초>는 위대한 지도자들의 성품과 생애와 사상을 그들의 연설과 함께 음미한 후, 그 거인들의 어깨를 딛고 세상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보기 드문 책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