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
정세랑, 문보영, 신승은, 이랑, 손아람 작가가 추천하는손수현의 첫 단독 에세이매운맛 떡볶이가 아니라, 단단한 아몬드처럼 곱씹을수록 고소한 그의 문장들배우, 작가, 감독, 비건 지향인, 페미니스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 온 손수현의 첫 번째 단독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다채로운 그의 활동은, 그간 자신이 나름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왔다는 믿음이 깨지면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거라고 믿었던 일들이 사실 세상의 기준에 의해 선택된 일임을 깨달은 후 그는 세상을 조금 더 선명하고 똑바로 보게 되었다. 마치 안경을 쓴 것처럼. 출간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친구들을 한 빌라로 불러 모았으며, 동물을 먹지 않기로 다짐했고,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을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이 세계에서 복작복작 살아가는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렇게 『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를 완성했다.책 한 권이 완성될 즈음, ‘쓸데없는 짓’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유의미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았다. 오래된 핸드폰을 꺼내 차-알-칵 하는 카메라 소리를 듣는 일, 유기견을 임시 보호하는 일, 숨이 차고 무릎이 아프지만 트랙을 뛰어 보는 일, 샛길로 잠깐 빠져 보는 일……. 이렇게 특별할 것 없는 일들로 이루어진 글들을 읽다가 한 꼭지가 마무리될 때쯤이면, 어느샌가 마음 한편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톡 떨어져 있다. 그 돌멩이는 얕지만 긴긴 파동을 이뤄 내며 우리의 ‘쓸데없는 짓’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그의 문장은 머리카락이 쭈뼛할 만큼 강렬한 지진이 아니라 손끝 발끝으로 전해지는 지난한 진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