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의 비밀
맛있는 요리에선 감칠맛이 난다
흔히 맛있는 요리를 먹을 때 우리는 ‘감칠맛 난다!’라고 표현한다. 이렇듯 ‘감칠맛’이란 단어는 먹음직스럽고 맛이 입에 착 달라붙어 인상적이라는 의미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감칠맛이 우리가 구별할 수 있는 어떤 특정의 맛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맛봤을 때 감칠맛이 난다고 느낀 요리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맛을 내포한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바로 이 ‘감칠맛’의 정체와 맛을 내는 요령에 대해 소개한다. 간단하게는 다시마나 멸치로 국물을 내는 것에서 시작해 매일 밥상에 오르내리는 밥반찬, 별미요리까지. 우리가 그동안 먹어온 수많은 음식들에 들어 있는 감칠맛을 자세하게 알리는 책으로는 여기에 소개하는 『감칠맛의 비밀』이 첫 번째다.
어떤 재료에서 감칠맛이 우러나며 어떻게 조리해야 그 맛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알고 나면 특별한 레시피 없이도 맛깔스런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제 5의 맛, 우마미(umami)
감칠맛이 특정의 맛임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두부전골을 먹던 중 두부에 스며든 다시마국물 맛을 느끼고는 그 맛의 정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로서 천연 재료인 다시마에서 감칠맛을 내는 성분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 이로서 이케다 박사는 일본 10대 발명가에 선정되었다. 이후로 다시마뿐 아니라 표고버섯, 멸치, 조개, 새우, 가쓰오부시, 토마토 등에서도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발견되었다.
이 감칠맛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우마미(umami)' 인데 이는 1985년 국제 공용어로 지정된바 있다. 우마미, 즉 감칠맛은 짠맛, 신맛, 단맛, 쓴맛에 이은 ‘제 5의 맛’으로 인정된 기본 맛이다. 다섯 가지 맛 중 특히 감칠맛은 그 자체의 맛보다는 다른 재료에 어우러져 맛을 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우동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자주 먹는 우동을 맹물로 끓인다고 가정하면 생각만 해봐도 그 맛이 심심하고 깊은 맛을 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우동 국물은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을 사용하고 일본식 우동에는 마지막에 가쓰오부시를 곁들여 감칠맛을 낸다고 이해하면 쉽다.
감칠맛, 천연 재료에서 우러나다
감칠맛은 다름 아닌 천연 재료로부터 나온다. 앞서 말했듯이 다시마, 멸치, 새우, 조개, 표고버섯, 가쓰오부시, 토마토, 양파, 김, 파르메산치즈 등이 감칠맛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요리를 할 때 어떤 재료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깊은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대체로 감칠맛은 국물을 우려내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밖에도 조림이나 구이, 별미밥과 면류, 샐러드와 같은 요리에도 감칠맛을 내는 조리법은 다양하다.
요즘은 요리에 간편한 방법으로 감칠맛을 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판 제품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물론 천연 재료를 집에서 직접 우려내고 활용하여 요리하는 것이 가장 신선도를 높이는 방법이라 하겠으나, 시판 제품의 경우에도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안전한 제품은 조리 시간을 단축시키고 요리의 맛을 돋우는 데 요긴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감칠맛의 특성
감칠맛의 특성은 먼저 가장 처음 맛본 친근한 맛이라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감칠맛, 즉 우마미와 모유의 맛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 우리는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맛보는 음식인 모유에서 우마미를 느껴 이를 친근한 맛으로 인지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로 우마미 성분을 섭취할 때 소화액과 침 분비가 왕성해지므로 소화 기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의 식단에는 다시마, 양파와 같이 우마미 성분을 함유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우마미 성분을 함유한 재료를 두 가지 이상 함께 사용했을 때 맛의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한 가지 재료만으로 맛을 내는 것보다는 두 가지 재료를 함께 넣고 요리했을 때 훨씬 더 깊고 풍부한 맛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맛이라는 점이다. 우마미라는 용어가 세계 공용어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 우마미를 맛볼 수 있는 메뉴도 일본이나 한국의 요리뿐만이 아니라 파스타나 채소수프, 샐러드와 같은 서양요리에 걸쳐 매우 다양하다. 특히 유명 셰프들 사이에서 감칠맛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표적인 서양요리로 꼽히는 프랑스요리에도 최근 우마미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