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을 M&A 하라
일본 M&A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NHK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10건의 기업 간 M&A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오늘은 적대적 M&A와 사업승계형 M&A가 많았습니다….” 일본의 TV에서 나옴 직한 뉴스 보도를 가상해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는 가상 뉴스를 꾸며볼 만큼 M&A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M&A의 증가를 들 수 있다. 회사법을 비롯한 각종 법 개정으로 M&A가 쉬워져 M&A가 급증하고 있다. M&A 조사회사인 레코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 1년간 일본에서 이뤄진 M&A는 3000건을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평일 하루 평균 약 10건의 M&A가 이뤄진 것으로 가상으로 꾸며본 뉴스처럼 TV나 신문을 통해 일상적으로 M&A를 접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둘째, 라이브도어, 스틸파트너스 등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적대적인 M&A의 증가를 들 수 있다. 과거 일본에서는 우호적 M&A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적대적인 M&A가 증가해 이러한 공방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2007년 5월 1일부터 일본에서도 ‘삼각합병’이 가능해짐에 따라 M&A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타산지석과 반면교사로 삼자
타산지석(他山之石),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남의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에서 배우라는 말이다. 이 말은 일본의 M&A 활성화가 우리나라 기업에 던지는 몇 가지 시사점을 절대 놓치지 말고, 보고 배워서 더 잘하라는 데에도 적절히 적용시킬 수 있다.
첫째, 일본의 M&A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경영진이 기업이나 사업부문을 매수해 독립하는 MBO(Management Buy-Out)인데, 이러한 사례는 향후 우리나라에서 사업 계승 등에 시사점이 매우 클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MBO는 창업자가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현 경영진에게 사업을 계승하고자 하는 경우나 기업이 사업재편을 하고자 하는 경우 또는 모회사가 그룹기업의 자립을 재촉하는 경우 주가변동이나 매수 리스크 등을 회피하면서 중장기적인 시점에서 개혁을 행하기 위한 경우 등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둘째, 최근 일본에서는 각종 법 개정, 상호보유주식 비율의 하락, 경영자의 의식변화 등을 배경으로 적대적 M&A가 증가하고 있다. 투자펀드뿐만 아니라 오지제지 같은 전통적인 기업까지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바람에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도 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적대적 M&A 방어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M&A가 활발한 미국에서도 기업가치를 손상시키는 적대적 M&A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가치 보존을 위해 일정의 방어책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어책이 경영자의 자기 보신 목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2005년 일본 정부는 적대적 M&A 방어책 도입에 관한 지침을 마련, 방어책 도입의 조건 등을 제시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적대적 M&A가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적대적 M&A와 그 방어책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과거에는 외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대해 M&A를 실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기업의 사업 구조 재편, 관련 법 제도의 정비, M&A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에 따라 환경 및 조건이 개선됐다. 실제로 일본에서 1980년대 후반 이후 발생한 M&A의 73%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이루어진 것이다. 2007년 5월부터 외국 기업이 현금 지불 없이 주식만으로 일본 기업의 M&A를 실시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외국 기업에 의한 M&A는 한층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움직임 예의주시해야
한편 외국 기업에 의한 일본 기업의 M&A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중국 기업에 의한 M&A다. 과거 영미 기업에 의한 M&A는 일본 기업의 유통망이나 시장 대응력 확보가 목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중국 기업에 의한 M&A는 경영 자원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아키야마 인쇄기제조, 동아제약 등의 M&A가 좋은 사례로 중국 기업은 일본 기업의 M&A를 통해 생산설비, 기술, 노하우 등을 획득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향후 중국 기업과의 경쟁 격화 및 한·일 FTA 체결을 앞두고 부품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력 향상이 과제가 되고 있다. 기술력 있는 일본 기업의 적극적인 M&A가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넷째, 외국 기업의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방어 제도 마련이다. 일본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외국인 투자에 대해 정부가 심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외환과 무역법’에서 국가 안보를 해치거나 공공질서 유지에 반하거나, 공공안전 보호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영에 현저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경우에 사전 신고서를 제출하여 심사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기업에 의한 M&A에 따른 기술 유출 방지 등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다섯째,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창업한 중소기업들이 세대교체기를 맞고 있지만 후계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해결책의 하나로 사업승계형 M&A가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백서’에 따르면 일본에서 전국적으로 연간 약 29만 개사의 기업이 폐업하는데, 그중 약 7만 개사가 후계자 부재로 인한 폐업으로 추정될 정도다. 재무 내용은 양호하지만 후계자가 없는 경우 사업을 계속시키고자 할 때 가장 유효한 방법은 M&A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M&A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일본M&A센터, 티디비퓨전 등 중소기업 M&A에 강점을 보이는 전문 기업들은 사업승계 대상이 되는 기업 중에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기업들에 대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보 부족으로 일본의 M&A 시장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 일본 M&A 시장에 대한 실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 책을 발간하게 됐다. 이 책은 최근의 일본 정부 발행 자료, M&A 관련 서적, 신문·잡지의 기사 등을 바탕으로 썼다. 아무쪼록 이 책이 일본의 M&A 시장을 이해하는 데 미력하나마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