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탐험가들
이 책은 최고의 전기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가 1931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심리학이란 완전히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조해간 3인의 비범한 인물들의 평전이다. 메스머, 메리 베이커 에디, 프로이트 이들 3인의 독특한 굴곡의 삶과 신념에 대한 투지, 고난에 찬 탐구 과정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정신의 힘을 이용하거나 정신 분석을 통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자 했던 그들은 각기시대와 전제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전혀 다른 길을 갔지만, 공통적으로 질병의 치료에서 물리적, 육체적 부분 못지 않게 인간의 정신 및 심리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끝까지 실천으로 옮겼던 이들이다.
심리학이라는 거대한 영역에 처음으로 접근해간 인물인 프란츠 안톤 메스머(1734∼1815년)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미치는 정신적인 영향력에 의해 질병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잠재의식과 심리치료 등 뒷날 정신의학의 토대가 될 요소를 찾아낸 것이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였다. 그의 생각들은 학계로부터 철저하게 거부당하고 결국 사기꾼으로 몰리고 만다. 일생동안 성실하게 자신의 탐구를 계속해 나간 비극적으로 위대한 학자이다.
매리 베이커 에디(1821∼1910년)는 파란만장하고 극적인 인생을 산 대단히 흥미로운 여성이다. 병치레로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난 후 50세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사회 활동을 시작하지만 독특한 방법의 심리 치료를 통해 크리스천 사이언스라는 엄청난 종교 운동을 일으킨다. 츠바이크는 종교와 돈의 결합이라는 전형적인 미국식 종교운동 방식을 보여 주는 예로 이 인물의 삶을 지극히 부정적인 시각에서 그려 나간다.
고집스러운 대담성과 인간적인 용기, 직관적인 능력이 모두 합쳐져서 형성된 천재성으로 세계 인식의 방향을 전복시킨 위대한 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년). 이 부분은 저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내용으로, 그 당시 생존해 있던 프로이트의 난해한 정신분석 이론 속으로 츠바이크는 성실하게 공부하는 자세로 접근한다. 그래서 일반 독자들을 난해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의 세계(무의식, 꿈, 콤플렉스 등)로 차근차근,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그는 프로이트와 오랫동안 친분을 갖고 편지 왕래를 하였는데, 이 책의 내용에 관해서도 여러 번이나 프로이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책이 출간된 후 프로이트는 자신을 다룬 내용 중에 문제가 있다 싶은 부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편지를 츠바이크에게 보냈다.
이 책에는 20세기에 와서 프로이트와 더불어 비로소 현대적인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게 된 심리학 혹은 정신치료의 전사(前史)적은 발전과정이 담겨 있다. 지나간 시간의 어둠 속에 묻혀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진기하고 지적인 탐색의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