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배거밴스의 전설

배거밴스의 전설

저자
최의창
출판사
두리미디어
출판일
0000-00-00
등록일
2003-12-02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PC 프로그램 수동설치 뷰어프로그램 설치 안내
현황
  • 보유 5
  • 대출 0
  • 예약 0

책소개

블랙잭이라는 차를 마셔본 적이 있니, 마이클? 진짜 블랙잭 말이다. 내 환자 중 누군가가 그걸 내게 주었어. 루이지애나 주의 플라퀘마인즈 패리 시에서 나온 꼬부라진 사사프러스나무 뿌리로 만든 것이었지. 무언가 신비스러운 치료 효과가 있는 차란다. 머리를 맑게 해주지. 머리가 너무도 청명해서 거의 투명해진 상태로 온밤 내내 깨어 있을 수 있단다. 그 안에서 흙 냄새가 난다고? 그래, 잎사귀가 아니라 뿌리를 재료로 해서 만든 차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내. 무언가 더 심원하고, 근원적인 것과 더 가깝게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을 주지. 내가 어렸을 때 겨울 아침에 맡았던 그 뿌리 냄새, 나무 향내가 기억난다. 우리 어머니는 블랙잭 차에다가 설탕을 타서 달게 먹는 사람은 양키나 바보들뿐이라고 하셨어. 오로지 당밀만 넣어야 했다. 우유도 안 돼. 루이지애나 주 사람들처럼 레몬을 타서 마시는 것만이 어머니가 용납하셨던 유일한 다른 방법이었지. 이런, 내가 벌써부터 샛길로 새고 있구나, 네게 앉으라는 말도 않고.



그래,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젊은 친구? 내가 무슨 설교를 해댈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하지만 그러지 않겠다. 그건 내가 선택할 최후의 방법임을 약속하마. 의과대학을 떠나는 결정은 전적으로 네게 달렸단다. 네 처지를 이해하고 그 마음도 동정이 가. 뼛속 깊이 탈진과 멀미가 뿌리를 내리는 본과 3년차쯤 되면, 사람 고쳐주는 직업이 천직이라는 생각은 점점 없어지고 사리사욕과 타산적인 편의주의를 연습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점차 강해지지. 나도 그런 종류의 절망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오늘 나를 아주 심각하게 만든 것은 의대를 그만두겠다는 결정이 아니라, 네가 내린 다른 결정이란다. 골프를 그만두겠다는 결정말이야. 그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마이클. 그것도 아주 잘못되었다는 걸. 그래서 오늘 밤 너에게 이곳으로 오라고 부탁한 거란다.



여기서 이 늙은이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지 않겠니? 아는지 모르겠다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를 더 잘 안다. 장학금 수여위원회에서 매년 한 번씩 치르는 인터뷰에서 네가 내게 한 답변을 토대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은 아니란다. 사실 나는 일찌감치 너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 캐디 노릇을 하던 때가 생각나니? 네가 열 살인가 열한 살인가, 아주 어린 '깡총이 토끼'같던 때였지. 여느 아이들처럼 너도 티 그라운드(골프에서 공을 치기 시작하는 구역) 위에서 골프채를 휘두르곤 했었단다. 그러나 나는 네게서 뭔가 특별한 느낌을 받고 놀랐단다. 너는 본능적으로 골프의 정수를 꿰뚫어 보고 있었어.



캐디 우두머리였던 프랭크가 한번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겨우 열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가장 잘 치는 선수들만 골라서 그들의 캐디로 붙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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