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時의 사랑
소설가 차혜정(車惠靜)은 오늘도 가족들과 떨어져 이 곳 먼 교외에 자리잡은 자신의 집필실을 겸한 산장에서 아침을 맞았다.
조금은 늦은 기상시간 이후의 여유를 갖기 위해 그녀는 거실 한가운데 마련된 탁자 앞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찻잔과 찻잔을 받친 접시가 있었고 그 모습은 그대로 상하대칭으로 매끄러운 탁자 면에 반사되어 보였다. 그녀는 가만히 찻잔을 들었다.
방금 타놓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 탁자 위에 놓고는,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윤기 나는 탁자 면으로부터 산란되어 되비친 빛이 그녀의 안면을 상향(上向)으로 환히 비추어, 좁고 고른 현수선(懸垂線)과 같은 아래턱의 윤곽과 그 위에 도톰히 드리운 아랫입술의 그림자가 코끝을 정점으로 강조되어 보였다. 어깨까지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칼이 거실 창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바람결에 흔들려, 너울거리는 한 올 한 올 마다 순간 순간 백광택(白光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녀의 양 눈썹은 흡사 벽공(碧空)을 나는 바닷새의 두 날개처럼 아래쪽을 머금는 모양으로 살짝 휘어 좌우로 펴져 있었고, 바로 그 아래에는 역시 선대칭 유선형의 배치로 양 눈이 자리잡아 있었다. 그 가운데로 내리 뻗은 콧날은 정확하게 양 눈과 눈썹의 중심선을 통과하며 곧게 솟아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미인이라 해도 좋을 듯 싶었다.
요즘은 사람의 얼굴 모습도 디지탈 영상화 처리를 해서 뜻하는 대로 바꾸어 볼 수 있다는데, 웬만한 사람의 모습을 놓고 본다면 여긴 이렇게 저긴 저렇게 하면 더 나은 모습이 될 것이다라고 금방 생각이 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아무리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영상처리를 한다해도, 당장에 더 나은 그림을 만들기 위한 뾰족한 알고리듬이 떠오를 여지가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