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바
어느날 복잡한 세상에 지친 청년 삼파드는 아무 생각없이 커다란 구아바 나무에 올라가서 살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그를 '성스러운 은자'로 떠받들기 시작한다면? 인도 출신의 여류작가 키란 데사이의 데뷔작인 이 소설의 원제목은 <구아바 과수원의 왁자지껄 대소동>이다.
세상이 귀찮아져 나무 위로 올라간 청년에게 가족과 이웃들이 찾아와 내려올 것을 권유하는데, 청년은 그 자리에서 그들의 은밀한 비밀을 알아맞추는 '신통력'을 보이고 만다. 사람들은 놀라며 그를 도사님으로 모시기 시작하고, 가족은 청년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돈을 번다.
하지만 사실 청년의 신통력이란 아무 것도 아닌 것. 우체국 말단직원이었을 때 마을 사람들 앞으로 온 편지를 뜯어 읽는 것이 취미였던 탓에 저도 모르게 마을 사람들의 비밀에 도통한 것 뿐이다. 청년은 세상의 온갖 난해한 숙제들을 묻는 참배자들에게 되는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이지만 그럴수록 선망은 높아져만 간다.
이 친숙하면서도 기발한 이야기는 특유의 톡 쏘는 맛으로 인간사의 어리석음을 꼬집고 풍자한다. <구아바> 속에서는 가족, 종교, 사랑, 결혼, 일상사 모두가 한껏 조롱당한다.
또한 청년을 둘러싼 여러 '조연'들의 캐릭터가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있어 풍자소설이 갖게 되기 쉬운 상투적인 느낌을 싹 지운다. 요리에 미친 어머니, 돈에 미친 아버지, 외모에 미친 여동생, 멋모를 진리의 말에 미친 순례자들, 생각이라곤 원숭이만큼도 없는 주인공 자신 - 작가는 수십가지 향신료가 들어간 독한 맛의 인도요리처럼 생기넘치는 문장으로 이들을 묘사하면서 '한여름밤의 꿈'같은 우스꽝스런 희극을 끌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