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집하인
박영식은 관청 사무를 끝내고서 집에 돌아왔다. 얼굴빛이 조금 가무스름한데 노란빛이 돌며 멀리 세워 놓고 보면 두 눈이 쑥 들어 간 것처럼 보이도록 눈 가장자리가 가무스름 한데 푸른빛이 섞이었다. 어디로 보든지 호색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는 삼십 내외의 청년이다. 문에 들어선 주인을 본 아내는 웃었는지 말았는지 눈으로 인사를 하고 모자와 웃옷을 받아서 의걸이에 걸며 “오늘 어째 이렇게 일찍 나오셨소?” 하며 조금 꼬집어 뜯는 듯한 수작을 농담 비슷이 꺼낸다. 영식은 칼라를 떼면서 체경 앞에 서서 “이르긴 무엇이 일러 시간대로 나왔는데” 하고 피곤한 듯이 약간 상을 찌푸렸다. “누가 퇴사 시간을 몰라서 하는 말요?” ”그럼.” “오늘은 밤을 새고 들어오지를 않았으니까 말예요.” 영식의 아내는 구가정 부인으로 나이가 한 두 살 위다. 거기다가 애를 여럿 낳고 또 시집살이를 어려서부터 한 탓으로 얼굴이 몹시 여윈데다가 몸에 병이 잦아서 영식에게 대면 아주머니 뻘이나 돼 보인다. 그런데다가 히스테리 기운이 있어 몹시 질투를 하는 성질 이었다. “내가 언제든지 밤을 새우고 다녔소? 어쩌다 한 번 그런 때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