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
민족주의적 의식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의사의 목격담을 적은 수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방법은 이 작품의 사실성 확보에 매우 효과적으로 보인다.
전체 소설의 약 절반 분량을 `삵'(정익호)의 인간 됨됨이와 그에 대한 타인들의 태도 서술에 할애하고 있는데, 이것은 뒤에서 `삵'이 아무도 엄두를 못 내는 일을 해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인간에게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순수하고 숭고한 인간애의 단면이 들어 있다는 인간 신뢰의 표현이며, 이역 땅에서 함께 불행하게 살아가는 동족에 대한 동포애, 나아가서는 떠나온 조국 산하와 민족에 대한 애정과 향수로 발전되고 있다.
제목 `붉은 산'은 `흰 옷'과 함께 조국애,또는 조국 산하와 민족에 대한 향수를 상징하는, 이 작품의 정신적 배경이자 제재이기도 하다. 다만, 마지막 `삵'의 죽음 부분에 있어서는 전반적으로 너무 낭만적으로 대화를 처리한 듯하여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