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의 초월적 감성이 그려낸 24가지 사랑 풍경
정호승의 어른을 위한 동화
『못자국』은 인간의 외로움과 슬픔, 실존의 고독을 아름다운 시로 승화시켜 온 시인 정호승이 사랑을 주제로 그려 낸 동화집이다. 사랑을 찾아 방황하고, 사랑해서 슬프며, 사랑을 못해서 괴로워하고, 사랑을 모르기에 영혼이 메말라 가고, 사랑을 통해 성장해 가는 존재들의 이야기가 시인의 깊은 철학적 사유와 어우러져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 책에서 그린 사랑은 결코 기쁨으로 연결되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알싸한 슬픔과 아픔이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결국 이 이야기들을 통해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랑은 반드시 고통을 동반한다고, 사랑이 쉽다면 누구나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힘들고 아프기에 사랑은 위대한 거라고….
이 책 『못자국』은 2010년에 출간한 『의자』의 개정판이다. 이번에 새롭게 선별하여 엮은 24편의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마음 풍경을 보여주는데 사랑이 결여된 삶과 사랑으로 채워진 삶이 어떻게 다른지 저자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들려주려 한다. 길가의 돌, 화분의 풀 한 포기, 한겨울의 함박눈, 버려진 망아지, 숲속에 떨어진 한 조각의 똥, 처마 끝의 풍경 등 비루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의 시간과 공간 속에 숨겨진 진실 하나를 곱고, 그리고 다정하게 끄집어내며 말한다. ‘사랑은 참으로 슬픈 기쁨임’을…….
저자소개
1950년 경상남도 하동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새벽편지』 등이, 시선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흔들리지 않는 갈대』 등이, 어른이 읽는 동화로 『연인』,『항아리』『모닥불』,『기차 이야기』 등이, 산문집 『소년부처』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언제나 부드러운 언어의 무늬와 심미적인 상상력 속에서 생성되고 펼쳐지는 그의 언어는 슬픔을 노래할 때도 탁하거나 컬컬하지 않다. 오히려 체온으로 그 슬픔을 감싸 안는다. 오랜 시간동안 바래지 않은 온기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그의 따스한 언어에는 사랑, 외로움, 그리움, 슬픔의 감정이 가득 차 있다. 언뜻 감상적인 대중 시집과 차별성이 없어 보이지만, 정호승 시인은 ‘슬픔’을 인간 존재의 실존적 조건으로 승인하고, 그 운명을 ‘사랑’으로 위안하고 견디며 그 안에서 ‘희망’을 일구어내는 시편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구축하였다.
‘슬픔’ 속에서 ‘희망’의 원리를 일구려던 시인의 시학이 마침내 다다른 ‘희생을 통한 사랑의 완성’은, 윤리적인 완성으로서의 ‘사랑’의 시학이다. 이 속에서 꺼지지 않는 ‘순연한 아름다움’이 있는 한 그의 언어들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