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말로: 정치, 종교 그리고 탈신비화
이 책에서는 엘리자베스 튜더 시대의 절대적 정치신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신비화된 말로의 삶을 좀 더 상세히 조명해보고, 그가 짧은 생애 동안에 쓴 6편의 극작품에 나타난 정치적·종교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탈신비화 양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여기에서 탈신비화라는 용어는 엘리자베스여왕이 통치하던 당대 영국에서 지배 세력이 신화적 절대성을 부여한 정치적·종교적 지배 이데올로기를 훼손하거나 회의적으로 만들고, 그 허구성을 드러내는 극적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다. 말로는 철학자나 신학자나 정치가가 아니고, 극작품을 써 무대 위에 올리는 극작가였다. 따라서 중요한 평가의 대상은 그의 신학이론이나 정치이론이 아니라, 그의 작품들에 나타난 정치적, 종교적 성향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말로의 작품들이 독자나 관객에게 당대의 지배종교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하거나, 절대적 이념의 권위를 훼손하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