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대동여지도를 만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펴낸 '일반인들을 위한 대동여지도 입문 교양서’
우리 나라 지도 제작의 전통을 집대성한 최고의 지도로 평가받는 대동여지도는 우리 옛 지도의 최고봉이자 대명사. 하지만 대동여지도에 대한 면밀한 연구 결과나 구체적 내용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신화같은 삶이 우리 사회에 회자되긴 했지만, 정작 그가 만들어낸 위대한 유산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접근은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출간한 『박물관에서 대동여지도를 만나다』는 대동여지도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만하다.
이 책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 동안의 연구 결과와 관련 자료를 알기 쉽게 정리해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된 내용으로서, 청소년 및 성인독자를 위해 내놓은 최초의 입문서이다. 먼저 이 책은 대동여지도의 구성과 체제 설명을 통해 지도에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으며, 대동여지도의 이모저모를 심층적으로 살필 수 있는 다각적인 안내를 한다. 그리고 대동여지도가 시대적 상황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의미가 무엇이며, 그 과정에서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열정이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느끼게 한다.
대동여지도의 진실과 미스테리
대동여지도는 우리 나라의 지리학의 백미라 할 만한 엄청난 유산으로서, 근대적 측량 기술로 제작된 지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확하고 상세한 지도이다. 또한 지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고려하여 휴대하면서 볼 수 있도록 제작된 매우 실용적인 지도라면 점에서도 기존 전통지도와 크게 차별화된다. 고산자 김정호는 우리 나라 전체를 남북 120리 간격으로 22층의 나누고, 각 층에 해당하는 지역의 지도를 1권의 책으로 엮었다. 각 권의 책은 동서 80리를 기준으로 펴고 접을 수 있도록 제작하여 사람들이 휴대하면서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 나라를 22권의 책으로 나누어 수록한 셈이 되는데, 이렇게 제작된 22권의 책을 펼치면 세로 6.7미터 가로 3.8미터 크기의 대형 전국 지도가 된다. 김정호는 전통적인 자연관을 지도에 반영하여 국토의 뼈대가 되는 산줄기와 핏줄에 해당하는 강줄기를 선명하게 표시하였고 전국 방방곳곳의 인문지리 정보, 행정 정보, 군사 정보 등등을 빼곡하게 표시하였다. 또한 오늘날에 기호에 해당하는 방안을 활용하여 13,000여 개에 달하는 많은 지명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고, 지역과 지역 간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대동여지도의 위대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시의 지도는 소수의 학자나 관리의 것이었지만, 김정호의 지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기 위한 대중적 발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실제로 대동여지도는 목판 인쇄본으로 만들어져 널리 보급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에도 많은 인쇄본이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대동여지도 제작과 관련한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것은 일제 강점기 조선어독본이 남긴 오해에서 비롯된다. 당시 조선총독부가 교과서로 제작한 그 책에 김정호 선생의 전기가 실렸는데, 그 전기의 주된 내용은 한 위대한 지도제작자의 집념으로 집대성한 대동여지도와 그 노력을 인정하지 않은 조선 조정의 무능함을 비판한 것이었다. 그 책에 의하면 김정호가 백두산을 8번이나 오르며 전국을 3번 답사하여 직접 측량작업을 해서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내용을 근간으로 텔레비전 사극 드라마가 만들어져 전국을 뜨겁게 달군 적도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근거가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며 실제로 한 개인이 직접 측량을 해서 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전설같은 이야기’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천재 김정호의 삶 그리고 그의 위대한 여정
김정호는 지도 제작과 지리지 편찬에 평생을 바친 ‘열정이 넘치는 천재’로 기억하는 게 좋을 듯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생애와 여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어 그의 삶의 궤적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다만 그가 만든 3대 전국 지도 즉 <청구도>,<동여도>,<대동여지도>와 각종 지리지를 통해 그의 치열한 삶과 열정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조선어독본에서 기술한 것처럼 그가 혼자서 지도를 만들었고, 그 결과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는 죄로 대원군의 노여움을 사서 옥에 갇혀 죽었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만든 각종 지도와 지리지는 국가 행정 기관의 정책적 지원과 도움이 결코 만들 수 없는 것이며, 그가 서문에서 밝힌 지도 제작의 목적 -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국방상의 요충지를 알아야 하고 재물과 세금이 나오는 곳과 군사를 모을 수 있는 원천을 잘 알아야 하며....” - 에서도 살필 수 있는 것처럼 조선 정부의 정책적인 사업의 일환으로 대동여지도가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분도 낮았던 그가 어떻게 해서 국가 행정기관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으며 대역사를 펼칠 수 있었는지는 무척 궁금한 대목이다. 그가 평생을 지도 제작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인정하고 후원해준 많은 지식인들이 있었건 것으로 보인다. 그가 보인 천재적인 재능과 열정에 사로잡힌 많은 후원자들과 도우미들이 그와 함께 그 작업에 동참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고위 관료였던 신헌의 전폭적인 지원과 실학자 최한기 등의 도움과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에서 공개하는 51면의 도판으로 보는 위대한 유산
이 책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위대한 유산의 내면을 깊숙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총 51장의 관련 자료를 컬러 도면을 통해 볼 수 있으며 대동여지도의 이모저모를 마치 여행하듯이 살필 수 있다. 특히 대동여지도의 특정 지역(중부 지역)을 샘플로 해서 지도의 내부 구성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기획한 점이나, 지도 제작 과정을 확인시켜 준 점, 대동여지도의 내부를 읽어볼 수 있도록 한 점 등은 ‘살아 있는 역사 체험’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더불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많은 자료와 문헌에 대한 해석,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 앞으로 더 연구 조사해야 할 과제 등인문학적 정보를 담고 있어 이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