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
고뇌하는 수도자의 진솔한 내면 세계가 특히 잘 그려졌다는 평을 받은 바 있는『만다라』는 작가 김성동의 자전적 소설이자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기억되고 있다. '병 속의 새'라는 화두를 붙잡아 그 화두를 풀기 위해 단식 좌선 면벽 수행을 하거나 바랑 하나 짊어진 채 전국의 산과 강, 마을과 도시를 만행하는 젊은 스님 법운의 온갖 애환과 번민이 세밀화로 그린 듯이 잘 형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는 세 가지 유형의 수도자가 등장한다. 거듭된 일탈과 기행으로 '땡초'라 불리는 지산. 철저한 수행으로 오직 견성을 향한 피나는 노력을 하는 수관. 그리고 이 소설의 화자인 주인공 법운.
이 세 가지 인물에게는 각각 남다른 사연과 지향점이 있다.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지산은 세상과의 정면 대결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고뇌의 소유자이다. 손가락 다섯 개를 연비할 만큼 신심이 뛰어난 수관은 불교 개혁론자이다. 동시에 자신의 수행법이 과연 온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깊은 회의를 하고 있다. 작중 화자인 법운은 지산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화두와의 싸움 방식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항상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괴로워한다.
김성동이 그려낸 세 가지 인물형은 초판본 이후 22년 만에 개작판이 출간되는 이 시점에서도 현재형이다. 내용과 형식은 다를지라도 인간의 원초적인 문제, 차원 높은 명상과 종교적 성찰의 문제는 영원성의 영역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소설 속 인물들의 고뇌와 방황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