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도는 걸 깜빡했을 때
빙글빙글 잘 돌던 지구가 갑자기 왜 멈췄을까?
오래전에, 우리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건 바로 지구가 우주 공간을 걸으며 빙글빙글 도는 것을 깜빡한 것! 자기 스스로도 돌고 태양 주위도 빙글빙글 춤추며 돌던 지구가 갑자기 멈춰 버리더니, 바보처럼 태양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도대체 지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구가 도는 걸 깜빡했을 때》는 뜻밖의, 하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를 불러일으킨 월가(Wall Street)의 ‘99%’ 시위운동은 공정하고 균형 있는 분배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지구촌 곳곳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점점 심각해짐을 경계하는 이때, 이 책은 어린이다운 시각으로 ‘더불어 사는 삶’과 ‘공정한 나눔’에 대해 재치 있으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냈다. 지구가 멈춰 서자 지구의 한쪽은 낮이 반대쪽은 밤이 이어지는데, 이는 오늘날 지구촌의 양극화를 나타낸다. 각 나라와 마을들 사이의 서로 다른 무게 때문에 멈춰버린 지구가, 사람들이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서로 나누면서 조화롭게 살아갈 때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걸 기발한 상상력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그려가는 알록달록 행복한 세상
지구의 심각한 기억 상실증 때문에 사람들의 삶이 점점 변해 갔다. 낮이 계속되는 쪽 사람들은 밤이 오기를 기다리며 일하고 또 일했다. 불쌍한 사람들은 일하다 지쳐서 구석에 누워 잠들어 버렸다. 반면 밤이 계속되는 지구의 반쪽은 너무 추워서 꽁꽁 얼어붙었다. 동시에 사람들의 웃음도 사라졌다. 부엉이, 올빼미, 들쥐와 같이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들은 자고 또 잤다. 먹지도 않고 날지도 않고 서로 사랑하지도 않고…… 이렇게 자기가 처한 환경에 갇혀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게 과연 행복할까?
작가는 ‘지구’란 더불어 살아가며 다양한 교류를 경험하는 ‘공동체’라는 걸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서로 관습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오히려 서로를 알고 싶은 호기심 때문에 자기 세계의 문을 활짝 열고 싶어 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다름을 인정하고 한마음으로 손잡고 걸어갈 때 세상이 알록달록 다양한 빛으로 물들여져,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작품에 녹아 있는 은유를 통해 숨겨진 의미를 생각해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줄거리
잘 돌던 지구가 어느 날 갑자기 멈췄다. 그러자 지구의 한쪽은 낮이, 반대쪽은 밤의 연속이었다. 환한 낮이 계속되는 쪽에 사는 사람들은 해가 지지 않아 온종일 일했고, 밤이 계속되는 쪽에 사는 사람들은 추위에 얼어붙어 버렸다. 낮 쪽에 사는 사람들은 강한 햇살에 자꾸 인상을 찌푸려서 눈매는 가늘어지고 주름살이 많아진 반면 밤 쪽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두 눈을 부릅뜨는 버릇 때문에 눈은 부리부리해지고, 귀는 양치기 개처럼 커졌다. 또 낮 쪽의 사람들은 농작물이 지나치게 크게 자라는 바람에 뽑아내느라 정신이 없었고, 밤 쪽의 사람들은 부족한 산소 때문에 불을 피우거나 차를 운전하는 것을 삼갔다. 지구촌 곳곳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데도 지구를 다시 움직이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이때 ‘루세로’라는 한 소녀가 방법을 안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사람들은 루세로 말대로 해보기로 하고, 마침내 지구촌 사람들은 손에 손을 잡고서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균형을 되찾은 지구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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