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성당
- 본문 중 -
'…이 서문통 거리의 중복판쯤 해서, 그러니까 장삿목으로 치자면 거의 보잘것없는 대목이면서도, 또 생각해 보면 그렇게만 볼 곳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그러한 곳에, 낡은 기와집, 단층집, 두칸 너비에 유리 창문을 해 달고 지붕에 자그마한 간판을 달았는데, 명조체로다 ‘녹성당약국’이라 썼고, 서양글자는 서양글잔데 영국 글은 아니고 또 독일 글도 아니고, 찬찬히 살펴보니 어미(語尾)로 보아 에스페란토이기 갈데없는 글자로다 ‘벨다스텔로’라고 가로 쓴, 외모루 보아 이 거리로서는 그다지 초라하지 않은 점포가 하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