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진화는 공진화다
생물들의 관계가 빚어낸 세상,
화려한 이 세계는 관계의 결과다
생물은 인간에게 너무나 친숙한 존재다. 인간만이 살 것 같은 대도시에도, 인간이 살지 않는 척박한 땅에도, 바다의 깊은 곳과 높은 산에도, 열대우림의 깊숙한 곳과 너른 들에도, 모든 생물들은 자신만의 작은 틈(niche)을 찾아 삶을 영위한다. 도시에 사는 이들이 매일 무생물의 숲에서 삶을 산다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삶의 현장 곳곳에 살아 숨 쉬는 생물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생물은 또한 가지각색의 형태와 색으로 존재한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산을 멀리서 본다면 그저 ‘많은 나무가 있다’라는 자각이 드는 정도일 테지만, 산을 오르며 주변을 둘러보면 펼쳐지는 생물의 스펙트럼에 놀라고 만다. 산뿐만이 아니다. 앞서 말한 모든 지역에, 지구의 모든 곳에 펼쳐지는 생물의 스펙트럼은 너무나 넓고 방대하여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나 다양한 환경에, 이렇게나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생물을 느끼기 시작하면 대자연의 경이에 압도당하고 만다. 자연을 가득 메우는 생물의 다양한 모습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진화는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을 어떻게 만들어낸 걸까?
진화를 보는 또 다른 시각, 공진화
생명진화의 신비를 밝히다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는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 관계가 어떻게 현재의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밝히는 책이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은 홀로만 살아갈 수가 없다. 삶을 이어가기 위해 다른 생물을 통해 영양분을 얻어야 할 때도 있고, 같은 먹이를 놓고 자리를 다투기도 한다. 모든 생물은 좁거나 넓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른 많은 생물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연결’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생명들은 기생(寄生)이라는 방식으로 숙주와 관계를 맺고, 어떤 생명들은 공생(共生)을 택한다. 또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포식과 피식 관계, 그리고 경쟁 관계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연결은 또 서로의 진화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생태계의 어느 한 곳에서 시작된 진화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생물에게 연달아 진화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꽃과 벌이 서로에게 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이 일어나고, 나무가 열매를 더욱 탐스럽게 만들기 시작한다. 지금 우리 인간이 다양한 색깔을 볼 수 있게 된 건 결국 씨앗을 보다 풍부한 영양성분과 함께 퍼뜨리려는 열대 식물과, 과일을 통해 영양성분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동물 사이의 공진화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 생태계 내에서 홀로 진화하는 생물은 없다. 진화는 한 생물에겐 진화의 결과이지만 동시에 다른 생물에겐 진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