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파놉티콘(개정판)

파놉티콘(개정판)

저자
제러미 벤담
출판사
책세상
출판일
2020-07-09
등록일
2020-10-2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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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 파놉티콘, 근대의 작동 원리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Michel Foucault는 근대 감옥과 파놉티콘을 ‘인간 정신사의 일대 사건’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흔히 원형 감옥이라고 설명되는 파놉티콘은 중앙 탑에 있는 감시자가 수감자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설계되어 수감자가 언제나 감시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규율을 내면화시킨다.
산업혁명 이후 전통적인 가치와 질서가 해체되면서 각종 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공리주의자로 유명한 영국의 사상가 벤담은 효율적인 감금 시설을 통해 수감자를 교화?재사회화함으로써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파놉티콘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안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파놉티콘》(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 064)은 벤담이 프랑스 의회에 파놉티콘을 소개하기 위해 친구인 뒤몽Etienne Dumont과 함께 영어판의 핵심적인 내용만을 압축한 프랑스어판을 번역 대본으로 삼아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크게 파놉티콘의 목적과 건축을 설명한 전반부와 운영 · 관리 방식을 다룬 후반부로 구성된다.
사회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한 벤담에게 파놉티콘은 단순한 감금 시설이 아니라 노동과 유용성을 결합해 이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그는 파놉티콘의 원리를 감옥뿐 아니라 공장이나 학교에까지 확대 적용하고자 했다. 벤담의 20여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놉티콘은 당대에는 실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실패한 계획에 지나지 않았던 파놉티콘은 근대의 작동 원리를 상징하는 장치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첨단기술을 이용해 개인을 통제하는 정보 감시, 전자 감시라는 더욱 미시화된 형태로 작용하고 있다.

2. 왜 감옥이었는가
파놉티콘은 벤담이 구상한 이상적인 사회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모델이다. 그는 왜 하필이면 감금 시설인 감옥을 선택했는가? 근대 이전까지는 대개의 처벌이 신체형이었으므로 감옥은 재판과 형벌을 받기 위한 대기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존에는 간과된 경범죄자나 유랑자, 거지에게도 처벌이 요구되는 한편, 전통적인 신체형에 대해서는 반발이 거세져 처벌의 실행이 미뤄졌다. 수감자가 넘쳐나는 감옥은 곧 범죄가 확산되는 통로가 되었다. 게다가 감시 감독이 불완전해서 탈옥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따라서 근대 감옥은 사회 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감자에게 노동의 가치와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습득하게 하려 했다. 즉 벤담에게 감옥은 새로운 질서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사회 개혁의 최전선이자 통제 가능한 이상적인 실험 공간이었던 것이다. 벤담은 감옥 건설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이며, 감옥의 몇몇 특징을 변형하거나 제거하면 학교와 공장 등 사회의 다른 곳에도 동일한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3. 파놉티콘의 전략―보이지 않는 감시와 유용성
파놉티콘의 공간은 두 개의 동심원형 건물로 구성된다. 바깥쪽의 고리형 건물은 수감자 수용실이고, 중앙 감시탑은 바깥쪽 건물보다 시선의 우위를 차지하도록 낮게 설계된다. 이 탑에 있는 감독관은 수감자를 감시하지만 조명, 발, 덧문 등의 장치로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다. 벤담은 이처럼 가시적이지만 확인할 수 없는 권력이라는 원칙을 세워 수감자가 스스로를 통제하게 하는 한편, 노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간형을 만드는 합리적인 감옥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수용 방식 면에서는 무질서한 대규모 수용이나 비용이 많이 드는 고립 감금이 아니라, 나이와 능력에 따라 두서너 명을 함께 수용하는 방안을 택한다. 분업과 공동 노동을 강조하는 이러한 방식은 업무를 세분화해 작업을 단순화하면서도 서로 간의 경쟁심을 유발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며, 수감자의 사회성을 길러준다. 그리고 감옥의 유지비용 문제 역시 그의 철학의 핵심인 유용성에 기반을 두어 해결하고자 했다. 기존의 감옥 관리 방식은 공공의 비용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며 이익도 공공의 재산으로 환원했던 반면, 벤담은 정부와 계약을 맺은 사업자가 관리를 책임지는 방식을 선택한다. 감옥의 수익이 사업자의 이익과 직결된다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는 자본주의자로서 벤담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처럼 유용성을 중시하는 공리주의는 과정보다 결과를 우위에 둠으로써 한계를 드러낸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파악 가능하며 노동과 이익을 위한 유용성이 중심이 되는 ‘완전한 통제 사회’에서 인간은 진정 행복할 수 있을까? 정보기술의 발달로 한층 정교해진 파놉티콘에 갇힌 현대인에게 벤담의 파놉티콘은 중요한 문제를 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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