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상에 똑같은 김밥은 없다. 사람 손으로 만드는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김밥만큼은 더더욱 그렇다. 김밥을 마는 데 20년, 30년을 바친 장인이라 해도 그렇다. 김밥 속에 들어가는 (적게는) 두세 가지에서 (많게는) 대여섯 가지 재료를 정량에 맞추는 것도, 매번 밥을 똑같이 짓는 것도, 똑같은 손아귀 힘으로 김밥을 말아 누르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무엇보다도 김밥은,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몽땅 털어 넣은 비빔밥처럼, 어떤 것이든 재료가 될 수 있고 또 어떤 식으로든 넣을 수 있다. 오이 대신 고수를 넣을 수도 있고, 달걀지단을 통통하게 부쳐 넣을 수도 있다. 시금치를 데쳐서 넣을 수도 있지만 볶거나 튀겨서 넣을 수도 있다. 노란색 슬라이스 치즈 대신 모차렐라 치즈를, 리코타 치즈를, 크림치즈를 넣을 수도 있다. 참치에서부터 햄, 김치, 연어, 장어, 새우, 돈가스, 베이컨, 제육, 떡갈비, 닭가슴살, 대체육에 이르기까지, 말하자면 김밥은 온갖 식재료가 돌돌 말린 작은 우주다.『김밥』은 김밥’이라는 음식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를 통해 사회·정치·경제·문화를 두루 살펴보는, 김밥에 관한 일종의 트리비아 모음집이다. 김밥은 어쩌다 소풍 음식의 대명사가 됐는지, 김밥에 소시지나 치즈가 들어간 건 언제부터인지, 김밥의 원조는 한국인지 일본인지, 김밥천국은 어쩌다 간판도 메뉴도 제각각인 프랜차이즈 아닌 프랜차이즈가 된 건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김밥에서 가장 맛있는 부분이 속재료가 투박하게 튀어나온 ‘꼬다리’에 있듯이, 김밥 옆구리로 삐져나온 이 이야기들을 맛있게 즐겨주시기를.
저자소개
소주를 처음 만난 건 대학에 들어가던 해였다. 술에 관련된 책은 술을 너무 사랑하거나 술을 너무 잘 마시는 사람들이 쓰게 마련이던데, 둘 다 아니다. 다만 많이 마시기는 했다. 선배가 따라주고 상사가 따라주니 어쩔 수 없이 마시기도 했고,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마시기도 했다. 하필 첫 밥벌이도 신문기자, 술 많이 마시는 일이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이부었다. 그러다 탈이 나 이제는 쓰고도 단 그 오묘한 맛을 혀가 잊지 않을 만큼만 깨작깨작 마신다. 주당이 되긴 글렀지만 여전히 안주는 좋아한다. 신문사를 나온 뒤 기업 홍보팀 에디터를 거쳐 지금은 UCI코리아 소장으로서 아예 그 좋아하는 먹을 것 이야기로 연구도 하고 책도 쓰는 중이다.
싸 먹든, 사 먹든, 일주일에 서너 번은 꼭 김밥이다. 하도 좋아하고 자주 먹어대니 아내는 “김밥이라면 아주 징글징글하다”고 혀를 내두르고, 칠순 넘은 어머니는 “그렇게 환장을 하더니 결국 김밥으로 책까지 내는구나”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니까 『김밥』의 절반쯤은 아내와 어머니와 함께 쓴 셈이다. 애착인지 집착인지 모를 김밥 탐식이 시작된 건 아주 어렸을 적부터다. 소풍날 도시락에서부터 편의점 삼각김밥, 김밥천국이나 김밥 전문점에서 파는 온갖 종류의 김밥들, 일본식 김밥이라고 할 수 있는 노리마키까지, ‘김밥’에는 그 모양새만큼이나 또 그 속재료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돌돌 말려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동양사학을 전공했고, 『동아일보』에서 신문기자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기업 홍보팀에서 작가로 일했다. 회사 다니면서 야근을 할 때면 라면에 차갑게 식힌 김밥을 적셔 먹곤 했다. 현재는 UCI코리아 소장으로서 평소 관심 있던 도시, 여행, 음식을 주제로 연구도 하고 책도 내고 강연도 하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 『프라하의 도쿄 바나나』, 『레트로 오키나와』, 『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쓰고도 단 술, 소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