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의 머리일까
1천년 동안 잠들어 있던 전설이 깨어난다!
<삼국유사>에 예고된 잔혹한 살인.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1932년 경주, 의문의 관에서 발견된 머리 미라……
김유신의 무덤과 <삼국유사>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리소설!
경주 선도산 자락에 위치한 각간묘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공식적으로는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둘째 아들인 김인문의 묘라고 알려져 있지만, 1968년 이병도 박사가 김유신 장군의 묘라고 문제를 제기한 이후 이를 뒷받침하는 주장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유신의 머리일까?』는 김유신의 묘를 지키는 봉우당과 김인문의 묘를 지키는 유곡채 두 가문이 중심인 경주의 왕릉마을에서 1932년 의문의 관이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의문의 관 속에서 발견된 것은 완벽하게 비누화가 진행되어 살아 있는 듯 생생한 모습을 한 머리 미라이다. 이 발견 이후 봉우당의 차녀인 수영과 선도사의 주지가 머리가 잘린 채 살해되고, 마을 곳곳에서는 사람이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묘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들을 추리해나가는 사람은 뜻밖에도 일본인 고지마 겐지이다.
유곡채의 둘째 아들인 김법민은 징집을 피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일본군 고위 장군의 아들인 겐지와 친구가 되고, 겐지의 사촌인 유키오가 조선총독부 경주박물관 유물연대조사원으로 겐지를 초청하면서 두 사람은 경주로 오게 된다. 의학적 지식이 풍부하고 두뇌가 명석한 겐지는 머리 미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조사하는 한편 봉우당의 차녀이자 김법민의 부인인 수영을 죽인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범인이 <삼국유사>의 내용을 차용하여 살인 유희를 즐기고 있음이 드러난다.
『김유신의 머리일까?』는 <삼국유사>를 과감하게 분해하고 창의적으로 재해석한다. 특히 <삼국유사>의 내용들을 근거로 머리 미라의 주인이 김유신이고, 김유신이 목을 잘린 채 죽은 이유는 가야왕족의 후손인 그가 가야인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켜 살해당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 부분은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삼국유사>의 기록에는 김유신이 노환으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난 것으로 되어 있지만 『김유신의 머리일까?』에서는 <삼국유사> 속 문장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태종무열왕과 문무왕이 김유신을 견제하기 위해 그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추리해낸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독자들은 살인사건을 추적해가는 긴장감과 함께 삼국유사 속에 숨은 살인코드를 밝혀내는 지적 쾌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정교한 복선과 충격적인 반전 속에
인간의 욕망과 집단적 광기를 절묘하게 녹여낸 작품
『김유신의 머리일까?』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구이지만 많은 부분 실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위해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는 물론이고 수십 편의 관련 논문을 읽고, 수십여 차례 왕릉마을을 직접 방문해 각간묘와 일곱 기의 왕릉을 관찰하고 마을의 지형을 익혔다. 1930년대 당시 경주의 모습과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신문과 관련 영상자료, 문학작품 등을 참고했다. 유명 게임회사에서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 경험도 소설 집필에 도움이 되었다. 심산 시나리오 작가는 “유능한 게임 개발자답게 공간 설정 능력이 탁월하고 이야기 전개가 무척 감각적”이며, “이야기 곳곳에 숨겨진 정교한 복선과 마지막 반전이 탁월하다”고 평했다.
『김유신의 머리일까?』는 마지막 반전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한편 봉우당과 유곡채 두 묘지기 가문의 기묘한 관계와 숙명, 인간의 욕망과 집단적 광기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또한 보름밤마다 장승이 이동하고, 여러 산꼭대기에서 동시에 불길이 솟아오르고, 웅웅거리는 알 수 없는 울음소리로 가득한 묘지기 마을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냄으로써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유신의 머리일까?』는 우리가 확신하는 역사적 진실이 과연 모두 진실인지, 인간의 광기가 집단적으로 드러날 때 그것이 얼마나 섬뜩한지를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