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서 구하라
창의적 혁신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동양고전 읽기
지난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 스티브 발머는 구글과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트를 겨냥해 “회사를 죽여 버리겠다. 사장을 묻어 버리겠다”라고 하며 분통을 터뜨린 적이 있다. 구글이 계속해서 MS의 인력을 빼가자 벌어진 일이다. 두 회사는 인재 확보를 위해 각각 수백 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다투는 업계라 할지라도 결국 사람이 경쟁력이요, 재산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오늘날 유능한 경영자들은 기업경영에서 인재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점점 더 크게 인식하면서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날 제나라의 환공은 관중이라는 재상을 얻음으로써 춘추시대의 패왕이 되었으며, 상인이었던 여불위는 조나라에 볼모로 와 있던 진나라의 왕자 자초에게 투자함으로써 훗날 한 나라의 승상 자리에 올랐다. 이렇듯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바로 인재의 시대였다. 모든 것이 경쟁했고, 인재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는 곳을 찾아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겨 다녔으며, 어떤 사람을 얻는가에 따라 국가의 흥망이 좌우되던 시대였다. 이 시대는 그야말로 21세기 기업의 세계와 가장 유사한 환경을 제공했던 시대였던 것이다.
우리 시대의 경영전문가 구본형은, 끊임없이 변혁이 모색되었던 이 시기의 가치관을 현대 서구적 경영 사례와 결합하여 오늘날의 한국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간경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과거로부터 배우되 과거를 넘어서서 미래의 창조적 혁신을 꿈꾸는 리더들을 위한 책이다.
과거와 현재를 결합한 한국형 인간경영론
이 책은 중국의 고사에서 추출해 낸 경영론에 현대 경영의 업적을 쌓은 인물의 경영철학을 접목함으로써, 21세기의 한국형 인재경영론을 풀어 나간다. 총 5개 장, 25개 절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50여 개의 중국 고사를 들고 있다. 각 절에서는 대체로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위주로 한 춘추전국시대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 이러한 에피소드가 담고 있는 경영적 교훈을 제시하고, 이어 필요한 경우 현대 경영의 사례를 소개하며, 다시금 이들을 종합함으로써 한국형 경영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권말부록으로는 본문의 주요 등장인물 40여 명을 소개하는 ?리더십 인물사전?을 수록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어록이나 일화 등에 비중을 두어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인물을 더욱 뚜렷이 각인시키고 있다.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인간의 가치를 지켜가는 경영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에피소드를 들어 가며 여기에 걸맞은 경영적 교훈을 이끌어 낸다. ‘어제의 영광을 잊어버리고 끊임없이 배워서 익혀야 한다’, ‘나다운 방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늘 들어왔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바로 책 전체에 걸쳐 ‘사람’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는 데 있다. 인재경영을 그저 효율적인 채용과 관리라는 말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지난 몇 년간 인문학과 경영학의 접점을 찾아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을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성공과 함께 하는 소중한 파트너로서 이해하고자 한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리더는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을 우선적으로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여기서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도 가리킨다. 자신을 끊임없이 혁신하며, 이익에만 집착하지 않고 비즈니스의 가치를 묻는 사람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리더들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가운데서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