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정의를 말하다
스무 살, 재기 발랄한 어투로
한국 사회의 위선과 허울을 까발리다
왜 한국 사회가 ‘정의’와 ‘공정 사회’에 열광하는가
하버드 교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2010년 한국 사회를 강타하였다. 비단 책뿐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공영 TV에서도 ‘정의’에 대하여 토론하고 논쟁한다. 이는 곧 한국 사회가 ‘정의’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정의’에 가장 열광하는 세대는 누구일까? 민주화를 부르짖던 386세대일까, 아니면 촛불을 들고 광화문 사거리에 나섰던 10대 청소년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기조연설에서 ‘내년은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공정한 사회가 바로 일류 사회라는 공식을 바탕에 두고 말이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발전이 어느 정도 적정선상에 올라가면서 어느새 우리는 ‘윤리’와 ‘도덕’이라는 무기를 빼내어 들었다. 올바른 사회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권모술수와 변칙이 아닌 올바름이란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한국 사회를 읽기 위하여 ‘스무 살의 인문학적 시선’을 따라 갈 것이다. 스무 살의 시선은 ‘썩어빠진 한국’이나 ‘한국의 정의는 사라졌다’라는 절망적인 어조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청춘의 눈에 ‘인문학적 감수성’을 덧붙여 한국 사회의 정의를 말한다. 미디어가 알려주는 사실Fact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손에 정의라는 메스를 든다. 그리고 파헤치고 해부한다. 스무 살에게는 사회의 모든 것이 ‘정의’를 해부할 수 있는 실험대이기 때문이다. 스무 살, 이제 막 껍질에서 태어난 병아리의 모습을 상상하며, 사회의 명明과 암暗을 본격적으로 겪어보지 못한 순수의 결정체로 느끼지는 않는가. 교과서에서 배운 것들을 정답이라 믿고 있을 순수한 그들이, ‘과연 한국 사회의 위선과 허울을 알고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한국의 스무 살, 한국의 청춘을 다르다. 특히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정의는 다르다. 우리 모두가 목말라 하는 한국 사회의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스무 살의 청춘이 말하는 한국 사회의 정의’에 열광해야 할 때다.
스무 살은 이렇게 ‘정의’를 말한다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타블로 사건’을 아는가. 저자는 ‘진실’과 ‘상식’의 사도들에게서 한국 사회의 정의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타블로가 말하던 ‘날것 그대로의 사실Fact’은 ‘상식’을 내세우는 그들에게 타블로라는 거대한 권력자의 음모로 비춰졌고, ‘의심’과 ‘그들만의 상식’이 인터넷이라는 전장에서 새로운 정의로 명명되기에 이르렀다. 무엇이 진실이고 정의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타블로는 그렇게 피 흘리며 사그라졌다(그렇다고 저자가 타블로 편에서 ‘그들만의 상식을 가진 그들’에게 칼날을 내세웠음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다 결론은 누구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아무런 소리 없이 사라진 ‘정의’는 ‘그들만의 상식’이 ‘가짜’ 정의였음을….
이 책은 부제(우리 사회 위선을 찢어발기는 10개의 인문학 프레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문학의 힘에 의지하고 있다. 저자는 인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를 읽어 나갔다. 누구보다도 쉽고 재미있게 한국 사회에 메스를 들어 어느 한 곳 쉬이 지나치지 않고 ‘정의’를 해부하고 파헤쳤다. 18만 명이 가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타진요의 정의’를 읽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프랑스 혁명과 마리 앙투아네트였고, ‘슈퍼승자독식사회’를 읽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개그맨 김병만이었다. 또한 ‘슈퍼스타K2’ 우승 이후 ‘공정 사회’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허각을 읽기 위해서 한국 현대사 속에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불러들였으며, ‘자연산 예찬론자’ 안상수를 읽는 데는 프로이트 이론의 힘을 빌렸다.
결과는 아주 훌륭했다. 저자의 독특한 발상은 한국 사회를 읽어나가는데 아주 유용했으며, 저자가 보이고 싶었던 인문학 사용법을 제대로 보여주기에 가장 탁월했다. 이것은 달리 말해 ‘21세기 한국이라는 시공간과 거기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을 읽기 위한 인문학, 그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을 아주 제대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의 사회를 꿈꾸는 청춘이여! 시민인문학에 입문하라
민주적으로 선출된 MB 정부의 ‘공정 사회론’이 얼마나 불공정한 기반위에 세워졌는지 이제 우리 모두가 알아차렸다. 그래서 ‘정의’는 우리 모두의 것이 되었다. ‘정의’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우리 청춘들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인문시민으로의 탄생, 이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고 권유한다. 우리 모두의 정의를 자꾸 따지고 되물어야 한다. 우리 내 청춘들이 인문학적 감수성을 무기로 삼아 정의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아무런 거름망 없이 받아들이던 사실Fact을 조금은 더 날카롭게 해부하라고 한다. 왜냐하면 불온한 청춘들에게 우리 사회의 정의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기 발랄한 필체로 펼쳐진 이 책은 한국 사회의 위선과 허울을 신랄하게 까발리고 있다. 우리 사회를 읽을 수 있는 22가지의 장면들을 10가지 인문학 프레임에 담아 흥미롭게 구성하였다. 우리는 저자의 재기 발랄한 필체를 통하여 스무 살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정의를 다시금 재확인 하고, 우리가 어떻게 공정 시대를 맞이해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조금씩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인문학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 시기에.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스무 살의 청춘들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구체적으로 ‘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 시기에 『스무 살, 정의를 말하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문학으로의 입성이 아닌,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인문시민으로써의 한 단계 도약을 이뤄줄 것이며, 또한 단편적인 인문학의 지식 습득이 아니라, 감수성으로 인문학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