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생태보고서
아내는 남편의 거울입니다!
아내들이 꼭 읽어야 할 책, <남편 생태보고서>는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가 2005년 1월부터 2006년 5월까지 일간 신문에 연재해 호응을 불러일으킨 칼럼 ‘대한민국 남편들아’와 ‘남편생활백서’를 새롭게 엮은 것이다. 부부는 거울이다. 남편이 누구인지는 아내가 말해주며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남편이 비춰준다. 글을 쓰는 동안 저자는 그가 어떤 남편인지 알기 위해 매일 아내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았다. 자주 부끄럽고 창피해서 사실과 다르게 쓰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지만 가능하면 비춰진 모습 그대로 쓰려고 노력했다. 거울 앞에서 못난 자신과 마주치는 동안 저자는 괴롭고도 즐거웠으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그런 괴로움과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내는 사랑에 약하고, 남편은 밥에 약하다
얼마 전 우리 부부는 싸웠다. ‘싸웠다’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싸움은 서로 대등한 전력을 가진 세력의 다툼인데 우리 부부의 경우 전력 차가 너무 커 강한 쪽이 약한 쪽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형국이다. 그러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렇게 표현해야 한다. 얼마 전 나는 아내에게 혼났다. 대개는 내가 잘못한 경우라서 나는 묵묵히 아내의 야단을 맞는다. 그러나 아무리 옳은 말이라고 해도 자꾸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만 아내에게 대든다. 쥐도 궁지에 몰리다 보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 않나. 갑작스러운 남편의 반격에 아내는 흠칫 놀란다. 자신이 그렇게 놀랐다는 사실에 아내는 자존심 상한 눈치다. 스타일을 구긴 강자는 더 잔혹해지는 법이다. 아내는 초강수를 둔다.
“이혼해! 이혼하자구! 난 당신처럼 꽉 막힌 사람이랑은 단 하루도 살 수 없으니 이제 갈라서자고.”
“안 돼.”
“왜? 왜? 왜!!!! 제발 좀 살자. 숨이 막혀서 살 수가 없어. 내가 이날 이때까지 당신 만나서 이게 뭐야. 애들도 이제 다 컸고 헤어지지 못할 이유가 없잖아. 얼마나 나를 더 괴롭히려고 이혼 못하겠다는 거야?”
“사랑하니까.”
“사랑? 좋아하시네.”
사실 내가 아내와 이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 밥 때문이다. 나가서 사먹는 밥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바깥 음식을 사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내는 사랑에 약하고 남편은 밥에 약하다. 어쩌면 아내에게는 사랑이 밥이고 남편에게는 밥이 사랑인지 모른다. 그 사랑 때문에 아내는 미운 남편에게 더운밥을 해 먹인다. 결국 사랑이 밥 먹여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