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복의 공기업 개조론
고민과 번민의 1000일을 기록한 숨 가쁜 혁신스토리
꿈과 희망의 불모지에 성장 DNA를 심은 김규복의 개혁일기
왜 공기업 개조론인가?
정부산하 공기업 공공단체는 굵직한 것만 298개에 달한다. 어떤 통계는 중앙정부 밑에만 550개의 공기업이 있다고 한다(송희준 이대 교수). 줄줄이 연결되는 산하의 자식, 손자기업과 단체까지 치면 전체규모나 숫자는 아예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문제는 본연의 기능실현 및 합리적 경영실천이 기대이하란 사실이다. 어마어마한 비효율의 공룡집단이란 불명예가 뒤따르는 이유다.
문제가 드러났으니 고치려 드는 건 당연하다. 어떤 정권이든 공기업 개혁은 늘 관심사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나고 보면 제자리걸음 혹은 도도리표다. 정권초기의 강고한 개혁의지는 점차 퇴색되는, 전형적인 용두사미 정책 중 하나다. 때문에 실제로 공기업 개혁은 실패사례가 더 많다.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개혁과제임에도 불구, 개혁은 구호에 그치는 실망스런 행태가 반복됐다.
실용정부도 공기업 개혁을 역시 최우선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선진화든, 민영화든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만큼 목에 찬 과제가 바로 공기업 개혁이슈다. 한국경제의 체질강화는 피할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다. 이미 정부예산 몇 푼으로 경제를 살리기는 힘들어졌다. 성장률을 높이고 경제구조를 개선하려면 공공부문의 개혁이 전제조건이다. 민간은 그나마 외환위기 이후 상당한 수준의 구조조정으로 변신에 나섰다. 하지만 공기업은 아직도 무풍지대다. 공기업의 개혁실패는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직결된다.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국민부담을 줄여주는 게 공기업 개혁의 본질이다.
그래선 안 되겠지만, 공기업 개혁과 관련한 후퇴논란이 일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고 국민의 뜻에 맞는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한 제반준비와 실천과제를 마련해야 한다. 공기업 개혁은 촛불민심에 놀랐다고 더 이상 미룰 사안이 아니다. 동시에 계획 없이 허겁지겁 서둘러서도 안 될 일이다. 공기업 개혁과 관련한 반성은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반성은 개선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법이다. 실용정부에겐 아직도 4년이란 시간이 있다. 지금도 늦지 않다.
공기업의 살길은 “지칠 줄 모르고 진화하는 고객눈높이에 있다”
Best보단 Better, 끝도 없고 정답도 없는 카멜레온식 개혁!
성공사례에서 추진모델을 찾아라!
실용정부는 2008년 9월부터 공기업 개혁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키로 했다. 후퇴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다. 사실 실용정부의 대선공약 중 거의 유일하게 남은 게 공기업 개혁이다. 선진화라는 표현으로 바뀌긴 했지만, 7?4?7정책 등 모든 청사진이 꺾여버린 현재 공기업 개혁만 그나마 지지를 받고 있다. 촛불정국으로 갈음되는 지금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공기업 개혁마저 엇박자나 불협화음을 내면 성난 민심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노조 등의 예고된 저항까지 있어 개혁성공에 상당한 장벽까지 예상되고 있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감아 쓸 수는 없다. 시간이 걸려도 확실한 비전과 뚜렷한 실천과제를 통해 다 함께 생존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개혁추진이 필수다. 국력낭비만 초래하는 소모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국가와 국민경제를 위한 개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자면 성공모델의 집중분석을 통해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다. 패착은 최소화하는 대신 능률은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성공모델에서 얻는 소중한 힌트다.
이런 점에서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신용보증기금(코딧)의 최근 3년간의 개혁스토리는 훌륭한 성공지침서다. 정통 재경관료이자 와튼 MBA 출신인 저자(김규복)는 공기업에 시장경영을 효율적으로 이식함으로써 돋보이는 개혁성과를 내놔 화제를 모았다. 이 책은 그가 진두지휘한 지난 1000일간의 숨 가쁜 혁신스토리를 엮어냈다. 몰아치는 개혁 대신 열심히, 제대로 일하게 만드는 개혁을 통해 공기업을 국민의 일꾼자리로 되돌려줬다. 그는 공기업의 살길로 지칠 줄 모르고 진화하는 고객(국민) 눈높이를 꼽는다. 국민이 OK하지 않는 한 개혁은 끝도 없고 정답도 없다는 생각이다. 요컨대 그의 혁신은 사람(국민, 임직원)에게 답을 묻는, 그래서 늘 변하는 것이다.